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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그려진 영국 10파운드 새 지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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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국제부 기자) 오는 9월 영국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얼굴이 그려진 10파운드짜리 새 지폐를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이 10파운드 지폐 인물입니다.

새 지폐 출시를 앞두고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이 18일 실물을 공개했는데요. 오스틴의 42세 사망 당시 모습을 그린 초상화 치곤 너무 예쁘게 ‘포토샵(에어브러시)’ 처리된 게 아니냐는 다소 귀여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새 지폐엔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도 함께 새겨졌습니다. “역시 독서만한 즐거움이 없어!(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라는 글귀입니다.

이 글귀를 놓고 거센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오만과 편견>의 캐릭터 가운데 가장 기만적인 상류사회 여성으로 묘사되는 캐롤린 빙리가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심지어 독서엔 관심 따윈 없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미스터 다아시를 남편으로 꾀기 위해 독서에 관심 있는 척, 이 명대사를 내뱉습니다. 마크 커니 BOE 총재가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글귀를 선정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런 논란에도 제인 오스틴은 새 지폐 인물로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입니다. 커니 총재는 “제인 오스틴은 영국문학 사상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명으로 그의 소설은 시대를 거슬러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말했습니다. 올해가 오스틴이 타계한지 200주년인 점도 선정되는데 한 몫 했습니다.

오스틴은 1811년부터 사망한 해인 1817년 사이 <분별력과 감수성> <맨스필드 파크> <에마> <설득> <노생거 사원>을 잇따라 내놓으며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전쟁 등 격변기에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 얘기를 다뤄서 역사의식과 사회인식이 결핍됐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세밀한 관찰력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개인의 삶과 도덕의식을 탐구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에 이어 영국 화폐에 등장하는 첫 여성 작가입니다. 모든 영국 지폐의 뒷면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여왕 2세를 제외하면 영국 지폐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이 될 예정입니다. 여성운동가 엘리자베스 프라이가 그려진 옛 5파운드 지폐가 5월 윈스턴 처칠의 새 지폐로 교체됐거든요. 크림전쟁에서 간호사로 종군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여성으로서 영국 지폐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새 지폐는 종이처럼 보이지만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머 지폐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종이 지폐보다 수명이 네 배 길고, 물에 젖어도 말려 쓸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데 질긴 지폐의 효과가 얼마나 클지 모르겠네요. 디지털 화폐 사용이 일반화된 스웨덴은 현금결제 비율이 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끝) / wh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1.1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