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로마의 목욕탕2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정화담·성풍속연구가) 일본의 소프란도는 한국 터키탕의 원조다. 소프란도라는 말 자체가 증기탕으로 바뀐 우리사정과 같아서 터키 대사관으로부터 한참 항의를 받은 끝에 바꾼 이름이다. 도대체 증기탕이나 소프란도라는것은 또 무엇인가 말이다. 터키탕에 가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야 간접 경험밖에는 길이 없지만 서비스의 내용을 듣다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일본의 소프란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런 목욕탕이 태국이든 대만이든 아시아 곳곳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번져가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태국은 사정이 더욱 심각해서 에이즈의 온상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골의 가난한 농촌 처녀들이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치는 지름길로 들어서고 나서야 그 폐해가 고발되는 정도이니 아시아 빈곤국가들의 문제는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한쪽에는 성의 백치가 있고 다른 쪽에서는 색골이 있다고 누군가가 갈파했지만 아시아 지역의 성은 지독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고급 사창들은 떼를 지어 서비스하는 것에 이력이 나있고 온갖 탕음난무가 아시아보다 못할 바 없지만 상업화된 성의 무제한적인 대중공개는 어쩌면 아시아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미아리에 있는 것이 대만으로 다시 수출되고 대만에서 한단계 발전시킨 것이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기이한 서비스의 연쇄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도 나쁜 것이라는 것은 돌고 돌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로마시대부터 전해 내려와 우리에게 알려진 서방의 목욕문화라는 것도 별 잘난 것은 없다. 남정네를 끌어들이는데 집안의 목욕통만한 것이 없다는 것은 르네상스 이후 유럽 귀부인들의 공통된 하나의 수법이었다. 아침 나절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다른 남자를 화장하는 안방에 불러들이거나 목욕통에 불러들이는 일은 방문하는 입장에서도 공공연히 허용된 예의범절과도 같았다. 말하자면 「목욕참가」는 하나의 예의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실은 「적당히 절제된 음란」의 문턱쯤은 되었던 셈이다. 그리스부터 로마로 전파된 육체에 대한 찬미는 전차경기에서뿐만 아니라 근육을 자랑하고 육체적 단련을 통해 정신을 고양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까지 목욕문화를 끌어올렸다.

향료를 탄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는 사치는 시간과 재력에 여유가 있는 계층에는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과이기도 했다. 목욕문화의 전성기에는 목욕탕으로 연결되는 대로변에서부터 아예 거의 벗고 다녔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을 정도다. 사실 태양이 내려 쪼이는 로마나 인근에서 목욕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아무래도 목욕은 음습하고 공기가 찬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벗는 행위와 목욕이 연결되는 데는 르네상스 시기의 많은 화가들이 여인들의 목욕하는 장면을 그려왔던 데서도 그 필연의 연결고리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