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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기념앨범 'We are' 낸 클론... "'Yes, We Are'는 '너희 아직도 클론 하니?'란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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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혜 문화부 기자) “어느날 돌아보니 나의 삶은 사라져/ 무미건조한 삶에 반복되는 날들 뿐이야/ 그래 인생 뭐 있냐 한번 사는 인생인데 뭐/ 그냥 맘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떠나가 보자/ Everybody Let's Get Away 리듬에 몸을 맡겨/ Everybody Dancing All Night 다함께 즐겨보자.” (클론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We Are’의 타이틀곡 ‘Everybody’)



1996년 5월 ‘쿵따리샤바라’로 가요계에 나왔던 가수 클론이 새 앨범 ‘We Are’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데뷔 만 20년 만입니다. 노래는 더욱 세련되어졌고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분위기도 그대로였습니다. 앨범을 발매한 기념으로 29일 서울 잠원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원래씨(48)·구준엽씨(48) 역시 예전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1990년대를 보낸 사람 중 클론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1996년 데뷔 앨범 타이틀곡 ‘쿵따리샤바라’로 그 해 여름을 강타한 클론은 1997년 2집 ‘도시 탈출’, 1999년 3집 ‘Funky Tonight’과 ‘사랑과 영혼’ 등으로 잇따라 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한국 대표 댄스가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클론 음악의 신나는 리듬과 활기찬 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의에 빠져있던 사람들에게 큰 활력소였습니다.

‘오~레오레오’를 반복하는 후렴구로 유명한 ‘초련’이 대히트를 친 2000년. 클론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 해 겨울 누구도 예측 못했던 사고가 나면서 클론의 운명은 바뀌었습니다. 강원래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불법 유턴하는 차량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갖게 된 겁니다. 강원래씨는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몸도 불편하고 한 때는 마음도 불편했습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강원래씨의 재활 이후 2005년 두 사람은 5집 앨범 ‘내 사랑 송이’를 냈습니다. 이후엔 각자의 사정으로 함께 음반을 준비할 때를 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구준엽씨는 2006년부터 클럽 DJ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즈음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하는 김에 정말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작곡과 피아노를 공부하며 EDM 음악을 만들어 왔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창환씨가 우연히 구준엽씨가 작업한 음악을 듣게 되면서 클론에 ‘부활’의 기운이 싹텄습니다. 김창환씨는 ‘이 정도면 클론의 이름으로 하나의 완성된 앨범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기획에 나섰습니다. 이후엔 음악부터 안무, 의상 컨셉 결정 등까지 구준엽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앨범을 완성시켰습니다. 구준엽씨의 전공분야라 할 수 있는 EDM에 ‘클론 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입혔습니다.

강원래씨는 라디오 DJ와 장애인 방송 MC로 활동하면서 대학이나 여러 기관에 강의를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차였습니다. “다시 클론 앨범을 내 보자”며 구준엽씨가 음악을 가져왔을 때 강원래씨는 놀랐다고 합니다.

“구준엽씨가 그렇게나 음악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몰랐어요. 음반을 만들겠다고 가져온 음악을 들었을 때, 정말 구준엽씨가 만든 음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좋더라고요. 하긴, 사실 당연한 일이에요. 구준엽씨는 한 번 어디에 빠지면 거기서 끝을 보는 사람이거든요. 고등학교 땐 바지 하나도 세탁소에 안 맡기고 직접 꿰매 입더라고요. 그 정도로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그래서 저는 마음 편히 참여했습니다. 구준엽씨가 다 하고 저는 아무 것도 안 하는데 5대 5로 나눌 수 있으니까요”라며 웃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버텨온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우정’이란 말로도 표현되지 않는 어떤 신뢰와 동지애가 느껴졌습니다. 구준엽씨는 “강원래씨는 ‘만렙(최고 레벨) 츤데레(겉으론 차갑고 까칠한 척 하지만 속으론 애정을 갖고 상대를 챙기는 사람을 말하는 은어)’”라고 말했습니다.

2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갓 난 아기가 성인식을 치를 때까지의 시간이지요. 그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 너무나 식상한 ‘클리셰’지만, ‘엊그제같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나봅니다. 두 사람은 “1996년 6월 5일 ‘가요 톱 텐’ 생방송. 우리 둘이 ‘쿵따리샤바라’로 처음 무대에 섰던 날. 그 날이 정말로 엊그제같습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우리는 친형제같은 관계입니다. 형 동생이 아침에 일어났다고 서로에게 ‘형 잘 잤어?’ ‘밥은 먹었어?’ 일일이 물으며 살진 않잖아요. 저희도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요. 우정을 어떻게 설명하기는 쑥스럽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같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해체나 은퇴는 없습니다.”

클론을 ‘한국 가요계의 전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강원래씨는 “아직 전설까지는 아니에요. 클론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 시절 때처럼 앞으로도 유행을 이끌어가는 클론이 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겁니다”라고 합니다.

강원래씨는 종종 인터넷 기사에서 구준엽씨나 자신이 ‘이전에 클론으로 활동했던’, ‘클론 멤버였던’ 같은 수식어로 설명되는 것을 보고 속이 상했다고 합니다. 앨범 이름을 ‘We Are’로 지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 “너희 아직도 클론 하니?”라고 물으면 “예스, 위 아(Yes, We Are)”라고 답하고 싶다는 겁니다. 구준엽 씨는 “20주년 앨범은 우리 클론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고 싶은 생각입니다”라고 합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Everybody’를 비롯해 총 6곡으로 꾸려졌습니다. ‘Everybody’는 EDM의 여러 하위 장르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Electro house에 해당하는 대표곡입니다. 가창력이 뛰어난 여가수 에일리와 함께 한 ‘밤디라리라’, EDM 장르 안에서 가장 강렬하다고 할 수 있는 Hardstyle 장르곡 ‘Go tomorrow’, 클론의 히트곡 ‘초련’을 EDM으로 리믹스한 ‘ORE ORE O’ 등이 기대를 모읍니다.

‘돌아와’, ‘초련’, ‘사랑과 영혼’, ‘쿵따리샤바라’, ‘도시탈출’ 등 클론의 히트곡 14개를 모아 섞은 마지막 트랙 ‘90’s DJ KOO DRIVING MIX’는 길이가 장장 37분25초에 달합니다.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 한 트랙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추억여행에 빠져들 듯하네요. (끝)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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