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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중력파 검출 성공...블랙홀 쌍성 비밀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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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한국 과학자들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중력파를 세 번째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 두 번째 중력파 검출 소식을 전한지 1년만이다.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가 또 한번 확인되면서 중력파 연구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이끄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단과 유럽 중력파 검출기인 버고(VIRGO) 연구단은 지난 1월 4일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 번째 중력파를 탐지했다고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 1일자에 소개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 운동할 때 생기는 중력장(시공간)의 출렁임이 물결처럼 전파되는 파동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상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파동은 검출이 어렵지만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처럼 급격한 중력 변화가 생기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했다. 지난해 2월과 6월에도 두 개 블랙홀이 충돌해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중력파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1배와 19배에 이르는 한쌍의 블랙홀이 서로의 주위를 돌다가 충돌해 태양보다 49배 무거운 블랙홀이 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앞서 검출된 첫 번째 중력파를 만든 블랙홀(태양 질량의 62배)보다는 가볍고 두 번째로 검출된 중력파가 발생할 때 생성된 블랙홀(태양 질량의 21배)보다는 무거운 것이다.

이번 중력파가 발생한 시기는 30억년 전이다. 첫 번째로 검출된 중력파가 발생한 13억년 전, 두 번째 중력파가 발생한 14억년 전보다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북반구 쪽에서 날아왔다. 지금까지 두 차례 검출된 중력파는 남반구 쪽에서 올라온 것을 검출했다. 연구진은 블랙홀의 공전축과 자전축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두 블랙홀이 합쳐지기 전 둘 중 하나가 공전축과 같은 방향으로 자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오래 전부터 구상 성단과 같은 밀집 성단에서 블랙홀 쌍성이 효율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 발표돼 왔다”며 “자전축과 공전축의 방향이 전혀 다른 블랙홀 충돌이 관측된다면 이는 예측이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랙홀의 자전축 방향에 대한 정보는 중력파만이 제공할 수 있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책임연구원은 “중력파는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이 탐지하지 못하는 천체 성질을 관측할 수 있다”며 “세 번째 중력파 검출로 중력파 천문학이란 새로운 분야가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30일 2차 가동에 들어간 라이고와 버고가 매월 2개 정도의 중력파를 검출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기도 했던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와 레이너 바이스 MIT 교수의 주도로 1997년부터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길이 4㎞짜리 진공 터널을 파고 중력파를 검출하는 LIGO를 설치해 관측에 집중한 결과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한양대 등 20명의 한국 과학자도 참여했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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