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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동전 없는 사회에 발 벗고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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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은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 CU, 세븐일레븐, 위드미 등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 2만3050개 매장에서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 사업을 실시했거든요.

소비자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물품 구입 대금을 결제하고 거스름돈이 생겼을 때 이를 교통카드에 충전하거나 각종 앱(응용프로그램) 포인트로 적립하는 겁니다. 충전된 금액은 나중에 물건을 구입하거나 지하철·버스 요금을 낼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은은 이같은 시범 사업이 성공을 거둬 동전 없는 사회가 확산할 경우 동전 제조와 유통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간 동전 제조에만 약 600억원이 필요하거든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성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3만5000건의 포인트 적립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건을 적립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결국 포인트 적립 건수와 유사한 대략 3만5000명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은이 처음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잡았던 수준은 약 3만4000건입니다.

폭발적인 호응이라고까진 볼 수 없지만 천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은은 조만간 시범사업 대상을 기존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넘어서 약국 등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포인트 적립뿐만이 아니라 계좌 입금 방식도 추진해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방침이죠.

한은은 자체 예산을 사용해 대형마트나 편의점 매장 입구에 ‘이 곳은 동전 없는 사회 시범 매장입니다’라는 팻말도 부착할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계산을 담당하는 매장 직원들이 잔돈의 포인트 적립을 소개하는 건 어렵기 때문입니다. 팻말 부착 등을 통해 자발적인 입 소문과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전체 포인트 적립 실적의 80% 가량이 롯데마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롯데마트는 매장 수나 이용 고객 수 등이 대형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보다 적은데도 말입니다. 알고 보니 롯데마트는 매장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각 소비자에게 일일이 “남은 동전은 포인트로 적립이 되는데, 해드릴까요?”라고 물으면서 서비스를 유도하는 덕분이라고 합니다. 계산 소요 시간 등이 더 드는데도 말이죠.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형태의 직원인 계산 담당자들이 시범 사업에 이렇게 적극적인 건 롯데마트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롯데마트 경영진은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대형마트인만큼 동전 없는 사회에 적극 호응하라”고 주문했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이미지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만큼 최근 롯데그룹이 공익성이 높은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귀띔하더라고요.

이와 함께 한은은 6월 한 달간 ‘범국민 동전 교환 운동’을 펼칩니다. 이른바 ‘숨은 동전을 찾자’는 캠페인입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서랍이나 저금통에 모아둔 동전은 439개 정도입니다. 물가 상승과 불편함 등을 이유로 매년 상당한 동전이 유통되지 않고 집안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셈이죠. 한은은 2008년부터 매년 동전 교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총 25억개, 연평균 2억8000개의 동전을 거둬들였습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지폐로 교환하고 남은 동전은 각 금융회사에 비치된 ‘자투리 동전 모금함’에 넣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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