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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유토피아 미라이공업과 연극을 했던 이디야커피 회장...“문화가 기업 최후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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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생활경제부 기자) 몇년전 휴일이었습니다. TV를 보다보니 이상한 회사가 나왔습니다. 승진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전 직원의 이름을 작은 종이에 한명 한명 적습니다. 그리고 이 수백장의 종이를 커다란 쟁반 위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넓은 공간에서 쟁반에 대고 선풍기를 틀어댑니다. 짐작하신대로 이름이 적힌 종이가 가장 멀리 날라가는 사람이 그해의 승진자입니다. 오늘은 연극처럼 기업을 경영하고 싶어하는 경영자들 얘기입니다.

'연극에서 보여준 감동을 경영에서 보여준 경영자 이야기, 연극을 했던 또다른 경영자 문창기 이디야커피회장의 이야기'

1. 샐러리맨의 유토피아 미라이공업

선풍기로 종이를 날려 승진자를 결정한 회사는 미라이공업입니다. 이 회사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지요. 모든 직원은 정규직으로만 고용합니다. 금지 사항도 있습니다. 휴일근무, 시간외근무, 영업할당, 상사에 대한 보고가 금지돼 있습니다. 근무시간은 7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연간 휴가는 유급휴가를 제외하고 140일을 가야 합니다. 5년마다 모든 직원을 회사 경비로 해외여행도 보내줍니다. 꿈의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몇년간 강의때마다 미라이공업 얘기를 했습니다. 인간적 회사에 대한 그리움 뭐 그런거였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실적 등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걱정스러웠습니다. 문화가 경쟁력이라고 말했지만 미라이공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회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했던거지요. 경쟁에 찌들은 기자가 보기에는 말그대로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라고나 할까.

2.연극인의 회사

최근 미라이공업 기사를 다시 검색해봤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원 연봉은 평균 600만엔, 우리 돈으로 6000만원 된다고 합니다. 이익률도 두자릿수. 정년은 70세(임금삭감은 없고), 육아휴직은 3년을 보장하네요. 육아휴직은 더 내고 싶으면 더 낼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회사 미라이공업.

이 회사 창업자는 원래 연극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회사일을 하라고 했지만 연극을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짤렸습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연극하던 동료들과 회사를 차렸습니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 직원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그들의 목표였습니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할까요. 야마다 아키오 회장은 창업후 몇년이 지나 전 직원을 해외여행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간부들을 불러 “전 직원 해외여행 다녀오게 하세요”라고 했습니다. 한 간부가 그렇게 되면 영업과 공장이 모두 멈추고, 고객서비스가 불가능하니 돌아가면서 가겠다고 했습니다. 아키오 회장은 “쓸데없는 얘기말고 한꺼번에 다 가세요. 방법은 찾아보세요”라고 말했답니다. 간부들이 고심하다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충분히 생산해놓고 고객들에게 창고 열쇠를 주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달에 미라이공업은 창사이래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연극을 하던 아키오 회장은 초기 홈페이지에 한줄의 다짐을 올렸습니다.

“연극에서 보여준 감동을 기업에서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키오 회장은 약속대로 감동을 주고 201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3. 전직원 해외여행 간 한국의 회사

2004년 금융업에 종사하던 한 사람이 느닷없이 커피체인점을 인수합니다. 체인이라고 해봐야 전국에 수십개 수준이었습니다. 그는 출근해 직원들과 얘기를 하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회사 잘 키워서 전 직원 함께 해외로 워크숍을 가자.”

5년후인 2009년. 직원들중 대표의 오래전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단 한사람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대표 자신이었습니다.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일본으로 3박4일 워크숍을 떠났습니다. 직원들과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평균연령 29세였던 직원들은 굉장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고 다시 약속했습니다. “앞으로도 해외 워크숍은 계속 하겠습니다.” 얼마전 썼던 리더십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됐기 때문이겠지요.

이 회사는 이디야커피, 대표는 회사를 키운 문창기 회장입니다. 문 회장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영이란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있는 종합 예술이다.”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 그리고 이것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 회장의 경영원칙입니다. 약속은 그 매개체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 약속을 지킨 것은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다. 그 믿음은 회사에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쌓여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다.”. 이디야커피는 올해는 스타벅스가 태어난 미국 시애틀로 워크숍을 가려고 준비중입니다.

이디야커피의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문 회장이 쓴 책 <커피드림>이나, 각종 기사에 나와 있어 생략합니다.

4.연극을 했던 이디야 회장

문창기 회장도 대학시절 연극을 했다고 합니다. 주관적 생각이지만 당시 주인공을 할 외모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극 시작하면 밖에서 늦게 온 사람 못들어가게 하고, 대사가 너무 짧아 애드립하다가 혼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포스터 얘기는 재밌었습니다. 벽만 보면 포스터를 붙이는 게 습관이 돼 어느날 차벽에 붙였답니다. 나중에 경찰서에서 극단으로 연락이 왔답니다. 전경들이 타고다니는 버스에 붙인 거지요.

얘기가 딴데로 샜습니다. 그는 연극을 하며 연극인들의 배고픔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이디야커피는 역삼동 사옥에 있는 공연장을 얼마전 개조했습니다. 연극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연극용으로는 부족하다고 해서 그에 맞게 바꾼 것입니다. 연극인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이디야커피는 그 전에도 연극티켓을 사서 고객이나 직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올해는 극단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디야커피가 미라이공업에 비할 회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연극에 몸 담았던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이디야커피는 최근 가맹점이 2000개를 넘어섰습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는 이런말을 했습니다. “본사가 적게 먹고, 가맹점주가 이익을 보면 사업은 저절로 커지게 된다.” 커피전문점을 여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입지입니다. 사람이 너무 없어도 안되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도 안됩니다. 문 회장은 지금도 입지를 결정하는 본사직원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라면 그 자리에 커피점 열겠습니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주는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5.꿈꾸는 회사

문 회장은 목표가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불가능할까요? 비관적인 답이 더 많겠지요. 원래 한국인들이 좀 무모합니다. 한국 기업인들이 산업화시대에 세계 일류기업 어쩌고하면 다들 비웃었다고 하지요? 외국사람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조차. 이를 넘어선 것이 한국 기업의 역사라면 이디야커피의 도전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문화 얘기가 나온 김에 한 회사가 얘기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3년전쯤 이었습니다. 직원이 일곱명인 회사 취재를 갔습니다. 세무관련된 업무를 대행해주는 회사였습니다.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직급도 없이 그냥 영어로 이름을 부르고, 사무실에는 화초와 나무가 많아 원숭이들이 지나다닐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직원 생일날은 버너와 코펠, 후라이팬을 가져와 전을 붙이고 파티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한 신입 직원이 오후 6시가 넘어 일을 계속하려 하자 다른 직원이 와 서류를 내밀었답니다. ‘야근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적어 내라고 했습니다. 만약 허락을 맡지 않으면 야근을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답니다. 제가 취재를 간날 설문지가 하나 돌아다녔습니다. 회식 참가여부를 묻는 설문지였습니다. 칸이 두개였습니다. “참석한다” vs “퇴사한다”

공채 기준도 특이했습니다. 세무사 채용기준 100점 만점 중 ‘집착하지 않는다’ ‘소통으로 해결한다’ 등의 항목에 각각 10점이 배정합니다. 직전 공채에서 합격한 세무사는 면접때“부가가치세의 개념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에 머리가 꼬여“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항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아 입사에 성공했습니다. 그 회사는 지금 굉장히 성장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생각을 마지막으로 한줄 써 봅니다. “문화가 기업 최후의 경쟁력이다.” (끝) /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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