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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 '경제불안지수' 격차에 숨겨진 성불평등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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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여성은 왜 남성보다 경제상황을 ‘항상’ 비관적으로 볼까. 미국의 공영매체 마켓플레이스가 에디슨 리서치와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년 전에 비해 경제가 개선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남성의 4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24%에 그쳤다.

마켓플레이스는 매년 두차례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매번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남성 34%, 여성 26%로 나왔다. 또 ‘경제가 1년전에 비해 나빠졌다’고 보는 남성은 34%였지만 여성은 이보다 높은 39%였다.

당시에는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성향이 강하고 민주당 지지도가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도 여성의 비관적 경제관이 남성보다 우세하다는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마켓플레이스는 이같은 조사 결과는 나이, 소득수준, 인종을 떠나 항상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남여간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미시간 대학이 조사하는 소비자 심리지수(CSI) 결과도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 조사까지 예외없이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마켓플레이스는 여성의 경제불안지수(Economic Anxiety Index)가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남성보다 더 높은 이유로 오랜 기간동안 이어진 남녀간 성차별을 들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교육격차를 통해 임금격차로 이어지고,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으로 확대되면서 경제불안심리가 남성보다 더 커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마켓플레이스는 여성법률센터 관계자를 인용해 “여성들은 모든 삶의 단계에서 남성에 비해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혹은 은퇴이전이나 심지어 퇴직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통계에서도 저임금 여성 비율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린인(Lean In)’이 지난 4일 ‘남여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을 맞아 공개한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여성들은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평균 20%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학력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 졸업자는 남여간 임금격차가 22%인 반면 대학졸업자는 26%로 나타났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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