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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전환 자랑 못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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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부 전예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립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바이오의약품을 대량으로 위탁생산해서 수익을 내는데,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바이오 업계의 특성상 초기 투입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짓는데만 수천억원이 들어가는데다 의약품 하나를 수주해 생산하려면 기술이전비로 또 수백억원이 나갑니다.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의 흑자 전환 시기를 평균 10년 정도로 예상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기간에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축배를 들기는 커녕 실적이 과대 평가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작년 4분기 1회성 판관비용 지출이 있었는데 올 1분기에는 이런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흑자가 난 것”이라며 “업계의 특성상 분기 실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실제로 위탁생산을 맡긴 제약사들이 기술이전비, 원자재 구매대금, 계약금, 제품대금 등을 지급하는 시점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기별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사실입니다. 사업 성과가 실적으로 바로 반영되는 업종이 아니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겁니다.

2분기 다시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표정관리를 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공장 유지보수를 위해 한달 동안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시기가 있어 2분기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너무 부각되다보면 2분기에 반짝 실적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트라우마’와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합니다. 작년 11월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0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다가 상장 전해인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 특별감리를 받았습니다.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 가치가 5조27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회계상 2조원대의 평가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문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까지 번졌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의 평가액이 높아져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해진 구도가 형성됐다는 겁니다. 한동안 논란에 시달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흑자전환을 두려워하는 건 이런 과거사 때문이 아닐까요.(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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