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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PR 시장에서 ‘리서치’는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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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리서치 기반의 전략커뮤니케이션 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했을 때 경험한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결국 실행은 안하고 컨설팅일텐데, 그 수요가 있겠어요? 돈 좀 벌어요?”였습니다. 실제로 ‘리서치 기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정말 어렵습니다.

물론 이 분야는 바이어 시장이 아니라 셀러 시장에 해당합니다. 또한 PR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리서치'를 통해서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현재 리서치의 필요성은 소셜미디어의 등장 그리고 기업마다 자체 보유미디어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기회입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리서치는 디지털-소셜미디어 파트에서 많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런데 PR 성과측정과 진단을 위한 리서치가 어려운 이유는 대략 6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조사에 대한 이해 부족(Understanding Research)
2. 목표설정 부족 (SettingObjectives)
3. 커뮤니케이션이론의 이해부족(Understanding Communications Theory)
4. 다양한 분야가 집결된 PR의특성 (The Multi-Disciplined Nature of PR)
5. 다단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The Multi-Step Communications Process)
6. 비용제약(Cost)

6가지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비용제약’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앞의 것 1번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십수년 간 리서치를 수반한 전략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경험에서 깨달은 ‘PR리서치’의 특징과 현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PR 리서치는 위기관리 사전준비를 위한 이슈규명과 리스크의 정량적 분석에서부터 기업 명성 진단을 위한 명성 구성요인 설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따른 아웃풋과 아웃컴의 측정과 진단까지 전체 조사진단 과정을 의미합니다.)

첫째, PR 커뮤니케이션 리서치에서 성과가 어떠한가의 측정은 소극적 리서치의 기능입니다. ‘진단’의 기능이 강화되어 ‘다음의 전략이나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즉, '리시처=방법론'이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첫째,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화시키고 과업을 정하고 둘째, 해당 전략적 선택지를 제시하고 셋째, 실행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데이션이 수반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 사이에는 분명한 '갭'이 존재합니다.

이 문제는 실행을 바탕으로 리서치의 모델링 접근이 이뤄지고 개념적인 조작적 정의로 구체적인 설계가 있어야 해결됩니다. 명성진단, 위기 사전준비를 위한 이슈진단, 이해관계자 매핑(mapping), 메시지 수용 진단, 이해 관계자 부정적 인식조사, 소셜 콘텐츠 진단은 조사 자체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다음 전략’과 연결돼야 합니다.

PR 커뮤니케이션 리서치는 조사대상,조사내용, 조사방법도 중요하지만,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은 PR 커뮤니케이션이 조직 각 기능부서와 어떤 관련성이 있고 실행 리소스와 내부 역량 그리고 의사결정권자의 인식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고급통계를 통한 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방향이 사실 더 중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지, 학술논문을 쓰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서치의 영역은 조직 내부 전략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정보, 지식, 스토리, 의사결정 구조, 실행역량, 커뮤니케이션 이해도 등 오퍼레이션(Operation)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맥락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모든 리서치 기반의 컨설팅 프로젝트 설계 과정에 꼭 관련부서의 주요 맴버가 참여하는 워크샵-대부분 FGD(FocusGroup Discussion)를 진행합니다. 참여를 통해 그들의 니즈, 의견, 불만, 오인지, 몰이해 등을 공개하고 공유해 조율하는 과정이 됩니다. 이 참여가 수반돼야 리서치와 전략과 실행은 연결됩니다.

또한 인력의 문제, 조직구조, 관련부서간의 업무 방식, 단계적 목적에 따른 예산 기준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리서치는 정량적 분석에서부터 정성적 분석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상황과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실행 방안을 그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사용돼야 합니다.

둘째, 디지털 PR의 시작점에서 ‘리서치’는 중요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점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기업마다 자체 보유미디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체 전략 하에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보다는 언론홍보의 부수적 퍼블리시티 기능이나 마케팅 메시지를 온라인 소비자에게 전달하는기능만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진화에 따른 공중의 커뮤니케이션 이용 형태 변화는 기존 전통미디어의 디지털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향후 PR 리서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디지털PR의 성과개선을 위한 진단, 다음 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진단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때 조직 내부 스토리 개발 기준(기사가 될만한 아이템 개발), 콘텐츠 구성 내용, 콘텐츠 유형, 고객의 관심과 이해, 사회경제 맥락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리서치 범위와 방법론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R 리서치가 어려운 부분을 PR 리서치를 바라보는 주체의 처지에서 살펴 보는 일입니다. 기업의 리더, 기업의 PR팀-홍보팀이라고 말하면, 언론홍보와 사보-방송 등 사내채널 관리 정도로 협소하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PR 회사 등 각 주체 별로 ‘리서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업 리더의 경우 마케팅 리서치, 소비자 리서치는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이뤄지는 반면, 커뮤니케이션 리서치는 앞의 것과 중복이 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전략적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데이터 근거로 입증하는 보고가 올라오면 의사결정의 폭은 넓어집니다.

그런데 스스로 조직에선 그걸 가져오거나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PR 커뮤니케이션에대한 인식 자체가 언론 홍보에 국한되어 생각하는 리더도 많습니다. 이 경우 기능적 접근만 하기 마련입니다.

조직 안에서 PR팀은 지속적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리서치’의 필요성, 당위성, 실행방법 등을 고민하고 조직 보고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 합니다. 리서치는 컨설팅과 연결이 돼야 하는데, 홍보팀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조직해 리더를 설득해서 만들어내는 시도가 좌절을 겪어나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리서치는 실무팀에게 ‘족쇄’가 될 수 있지만, 좀 더 큰 관점에서 보면 PR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전략적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플래닝 수립과 체계적인 실행이 강화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PR팀의 고민이 깊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PR회사의 경우 홍보팀이나 리더의 관점에서, 명확한 개념을 정리하고 진단설계와 프로세스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PR 회사의 역할은 ‘리서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한 새로운 인사이트 및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데, 리서치를 너무 기능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계에서 박사를 채용해 ‘리서치’만을 요구하거나 학술적 모델링을 요구합니다. 이 경우 전략과 실행 프로그램 역량에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것은 실행 경험이 풍부한 실무자가 함께 관여해야 하는데, 실무자의 경우 리서치와 커뮤니케이션 이론적 접근에 익숙치 않습니다. 결국 리서치와 전략이 분리된 채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기업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 경험을 통해 다시는 이 리서치를 하지 않겠다는 무용론이 형성됩니다.

PR 리서치는 기업이나 학계, 업계 모두에게 가치를 주는 영역입니다. 지금보다 더욱 진화해야 합니다. 증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접근은 기업에서 앞으로 더욱 요구가 증가할 것입니다. 기업과 관계를 맺는 이해관계자의 인식, 행동이 기업 비즈니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PR과 전략커뮤니케이션의 리서치 발전을 위해서 학계와 업계가 리서치와 실행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시도가 나와야 합니다. 어떤 리서치 페이퍼가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어떤 실행이 가능하겠는지, 반대로 실행의 입장에서 그 리서치는 무엇이 부족한지 등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이 국내에서는 빈약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담보될 때 기업에게도 증거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공급해주고 기업 커뮤니케이션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