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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마라라고 담판...화개애애한 美中, 착잡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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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수진 특파원)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트럼프의 ‘판정승’으로 끝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100일 계획’이라는 항복문서를 받아냈습니다. 북핵 해결에서는 중국측으로부터 확실한 답변을 듣진 않았으나 시리아 공습이라는 카드로 충분히 해결 의지를 전달했다는 평가입니다. 시 주석도 “양국 관계의 큰 발전을 이뤄냈다”(트럼프 대통령)는 평가를 이끌어 내면서 큰 무리없이 정상회담을 마무리 짓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두 강대국의 주고받는 합의속에 통상압력과 북핵위협 등 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끈한 ‘통상 해법‘

6~7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개인소유 리조트시설인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행사전부터 북핵과 무역불균형 등 시급한 현안을 놓고 두 정상이 어떤 결과를 낼 지가 관심이었습니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큰 성과를 냈습니다.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이하 100일계획)입니다. 100일내에 어떻게 중국에 대한 미국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를 축소할 지 합의한다는 일정표를 마련키로 한 것이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7일 확대정상회담과 업무만찬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양국이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마련에 합의했다”며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100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스 장관은 “이슈와 그 강도의 범위를 고려하면 야심찬 계획”이라며 “이는 (지금까지의) 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상전벽해의 변화”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100일 계획은 양국 관계 강화의 매우 중요한 상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 의제를 △무역불균형 해소 △북핵 해결 △남중국해 갈등해소 등의 순으로 잡았습니다. 우선 순위가 가장 큰 이슈에서 확실한 답변을 들은 것이죠.

◆연내 중국에서 다시 美·中 정상회담 갖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성과에 매우 고무된 듯 합니다. 그는 이날 오전 확대정상회담후 업무오찬을 하러가는 도중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많은 추가적인 진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회담 대표단이 중국의 파트너들과 1대1 회동을 했으며 진정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장래에 여러 차례 함께 하기를 고대한다. 매우 많은 잠재적인 나쁜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시 주석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최근 이 목표(관계 강화)를 위해 깊고 오랜 대화를 가졌으며, 우리의 친선을 심화하고 양국의 실제적인 관계와 친선을 유지하기 위한 모종의 신뢰를 구축하는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양국관계의 증진을 위한 위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양국과 양 국민을 위한 번영을 만들어내며, 지구의 평화와 안정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 “피를 빨아먹고 있다”등의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미·중간 무역불균형 해소등을 위한 강경 공약들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보복관세 부과(또는 국경조정세 도입) 등 공약들이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일정에 합의함으로써 대중(對中) 강경 공약이 상당수 조정 또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환율 문제는 이달 나오는 정기 (재무부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발표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같은 선물로 트럼프와 향후 관계발전을 위한 공감대를 얻어냄으로써 올 가을 자신의 집권2기를 알리는 공산당 당대회까지 대외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계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연내 중국에서 다시 보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핵문제는 이견 못좁힌 듯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북핵과 사드배치 등 한반도 이슈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후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공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핵 해결을 위해 양국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기로 했다는 각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개론공감 각론이견’이라는 기존 교착상태서 한발짝도 못나간 것이죠.

틸러슨 장관은 “그것(북핵 문제)이 중국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들을 야기하거나, 중국이 단지 우리와 협력할 수 없다면 우리 독자적 방도를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을 해결한다면 중국에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나서겠다”고 한 발언과 똑같은 소리입니다.

◆한국에 도움 안된 미·중 정상회담

미 백악관 고위 관료는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5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습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정상회담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리아 공습을 통해 미국이 필요하면 행동을 취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미국이 말하는 독자행동이 북미대화를 통한 담판인지, 아니면 시리아식 해법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국도 무역불균형 시정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측의 압박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해법에 대한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당분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행위에 대해 미국측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는지, 어떤 답변을 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끝)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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