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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질주를 설명하는 세개의 단어, 사람 공간 그리고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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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대하여
주말이니 커피 얘기를 할까 합니다.

(김용준 생활경제부 기자) 궁금했습니다. 왜 나는 스타벅스에 가는 것일까. 스타벅스가 한국에 매장을 1000개나 내고, 연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스타벅스에 대한 코드는 뭘까. 찾아낸 핵심 단어는 '사람 사업(people business)’, 패션 회사(design company), 공간(agit), 영혼(soul) , Just say yes 등이었습니다.

참고로 이글은 벤치마킹할 만한 얘기들만 모아놓은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쓸데없는 소리빼고 비결부터 보고싶은 분은 곧장 6번으로.

1. 굴욕

2000년 어느날. 누군가를 명동에서 만났습니다. 커피를 마시겠냐고 묻길래, 좋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밖에서 담배를 피며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그 사람이 커피를 내밀었습니다. 빨대처럼 생긴 게 보였습니다. 입을 대고 쭉 빨았지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무언가를 입에서 넣어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받은 충격이란. 표현하기도 힘듭니다. 스타일 구길까봐 뱉지도 못했습니다. 입안은 거의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그 사람은 웃겼던 모양입니다. 아예 땅에 주저앉아 웃느라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명동 한복판에서 사람 팰 뻔 했습니다. 무식한 게 죄였겠지요? 나중에 알았습니다. 빨대가 아니라 설탕 등을 젓는 커피스틱이란 걸. 스타벅스를 그렇게 만났습니다.

2. 업의 본질

세월이 흘렀습니다. 2006년 이후 스타벅스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경영혁신 관련 책의 단골이었으니까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파는 기업이라는 말이 유명하지요. 또 스타벅스 '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다, ‘우유산업’이다 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미국 뉴욕 지하철역 입구 등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비싼 커피를 판다는 점에서 부동산업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우유산업은 스타벅스에서 기본적인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다른 상품, 즉 라떼 등이 많이 팔리는 것을 빗대서 하는 얘기였습니다.

3.전략적 직관

가장 인상깊은 평가는 윌리엄 더건 교수가 쓴 책에 나옵니다. 잠깐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창조적 전략가들은 조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는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커피바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 주고,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커피바. 당시 미국에는 없는 모델이었다. 그는 이 커피바를 미국에 6개 매장밖에 없던 스타벅스와 접목했다. 그리고 커피제국을 건설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역사적 자산(스타벅스)과 새로운 무언가(이탈리아 커피바)의 조합. 슐츠는 섬광같은 통찰력으로, 이를 조합해냈다고 더건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더건 교수는 창조적 조합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요소는 새롭지 않으나 조합은 새롭다.”

4.제7의 감각

이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창조성은 여러 가지 것들을 연결하는 것일 뿐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할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실제로 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저 뭔가를 보았을 뿐입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것은 그들에게 명백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합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입니다. 1996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였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제7의 감각> 등 더건 교수의 책을 보시면 될 듯 합니다.

5. 호주에는 글로리아진스, 캐나다에는 팀 호튼

한국 스타벅스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취재에 기반한 주관적 평가입니다.

우선 한국에는 터줏대감이 없었습니다. 경쟁자 없는 시장에 대한 공격적 확장전략이라고 부를만 합니다.

캐나다에는 아이스하키 영웅의 이름이 붙은 팀 호튼이란 브랜드가 있습니다. 호주에는 글로리아 진스가 있습니다. 글로리아진스는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호주에서 성공해 아예 본사를 호주로 옮겼습니다. 이들은 스타벅스의 공세를 막아세웠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없었습니다. 스타벅스가 질주하는 동안 후발 경쟁자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무주공산에서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비슷합니다. 일찌감치 스타벅스는 매장 1000개를 넘기며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일본에는 차 문화가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벅스는 일본에서 차 문화도 넘어섰습니다.

일찌감치 일본 커피시장을 두드린 회사는 네슬레였습니다. 네슬레는 일본에서 커피가 안 팔리자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가 차문화가 커피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미래 소비자의 입맛을 길들이기 위해 커피 과자로 공략했던 회사가 네슬레였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컬처코드>를 참조해 주시길. 네슬레가 낸 길을 스타벅스가 걸어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6. 제3의 공간, 아지트를 제공하다

무주공산이 객관적 조건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들의 전략, 또는 문화에 대한 얘기입니다.

자문해봤습니다. “넌 왜 스타벅스에 가니?”

답은 이랬습니다. "책볼때 가고, 글쓸때 가고, 사람들 만날때 가고, 지칠때 잠시 퍼지기 위해 가고, 아이들과 얘기하러 가고, 회의하러 가고, 시간 때우러 가고."

모두 공간에 대한 얘기입니다. 스타벅스는 공간을 파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스타벅스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 제3의 공간을 제공하라”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사무실, 제3의 공간이 스타벅스입니다. 모든 소비자들에게 아지트를 제공하겠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서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좁은 방에서 사는 대학생, 집 이외의 곳에서 작업하는 작가, 온갖 수험생, 길거리를 헤매는 기자들, 시끄러운 아이들과 잠깐 떨어져 싶은 주말의 아빠 등이 다 스타벅스로 모여들었습니다. 어떤 소설가는 아예 스타벅스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택배도 그곳에서 받는다고 합니다.

공간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 제3의 공간 전략은 그렇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의식주라고 합니다. 경제성장으로 입고 먹는 것을 대충 해결한 한국사람들은 공간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이를 선행함으로써 공간의 문화를 주도한 것이 스타벅스였습니다.

7. Risk free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사람을 편하게 해줬습니다. 어느 매장을 가나 와이파이가 되고,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고,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마음놓고 물을 마실 수 있는 곳.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매장을 가나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매장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경험 있으시죠? 저 커피점을 들어가면 와이파이는 될까, 전원은 있을까, 너무 작은 매장은 오래 앉아있으면 눈치보일텐데 이런 생각을 한.

커피맛도 매장별로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에 하루종일 죽치고 있다고 눈치를 주는 직원은 없습니다. 스타벅스 직원들 사이에는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하면 무언가를 사게 되고, 사지 않더라도 또 찾게 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합니다.

또하나 스타벅스에서 하워드 슐츠가 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people business”입니다. 사람 사업이기 때문에 그들은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합니다. 스타벅스가 진동벨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이런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고객과 바리스타의 관계, 그리고 직원. 이 모든 것이 사람입니다.

8.닦아주고 채워주고 바꿔주고

얼마전 스타벅스 광화문 지점에 아이와 함께 갔습니다. 토요일이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복잡하고 시끌벅적 했습니다. 아이는 캬라멜 마끼야또를 주문했습니다. 저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스로 주문하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아이가 마실 건데 아이스로 바꿔주시면 안되나요?” 직원은 머뭇거리지 않고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따라버리더니 바꿔줬습니다. 자신있게 버리는 모습도 멋져 보였습니다. 오 감동.

이게 별다방의 상식었습니다. 한 후배의 말입니다. “그 뿐인줄 아세요. 내가 큰 텀블러를 가져가 톨을 시키면 꽉 채워줘요. 텀블러를 깨끗이 씻어서.” 닦아주고 채워주고 바꿔주는 곳. 그곳이 스타벅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9.문화가 답이다.

왜 스타벅스에서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업문화를 만나게 됩니다. 어떤 학자가 ‘기업의 영혼(soul)’이라 불렀던 그것을 말입니다.

바리스타와 직원들에게 자율성이 주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과거 리츠칼튼에서 봤던 것입니다. 고객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 금액까지는 직원이 스스로 결정해 보상을 해주는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잠깐. 아르바이트생이 커피가 몇잔 팔린 지 체크해야 하고, 그걸 주인이 일일이 점검하는 곳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은 체화된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스타벅스의 ‘just say yes’ 란 문화입니다. 고객이 원할때까지 yes. 어떤 손님들은 “아메리카노 온도가 평소보다 2도 낮은 거 같아요, 카푸치노 거품이 부드럽지가 않아요”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스타벅스는 맞춰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1008개 매장이 모두 직영점이기 때문에 일관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과거 한 경영자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비행기에 타서 전략이 담긴 문서를 놓고 내렸다고 치자. 그걸 경쟁자가 가져갔다. 어떨 것 같은가. 불안해하지 마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기업문화가 없으면 한낱 종이짝에 불과하다."

10. 스타벅스 다이어리, 패션기업

처음엔 웃기지도 않았습니다. 저 다이어리가 뭐라고, 잘 쓰지도 않을 것을. 저걸 받겠다고 계절음료를 마구 먹어대는 후배들. 그리고 그 다이어리를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사람들.

스타벅스가 성공한 또다른 이유가 다이어리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들은 시시때때로 이상한 것을 만들어 팝니다. 텀블러와 동전지갑 뭐 이런거 말이지요. 좀 있으면 화장품도 파는 거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계절별로 이상한 음료수도 만들어 팝니다. 도대체 제 막입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맛의 벚꽃 향이 들어간 음료, 슈크림라떼인가 그건 매진돼 못먹어봤다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회사의 본질은 무엇일까. 다다른 결론은 패션기업이었습니다. 디자인컴퍼니라고 불러도 되겠지요.그들은 변화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기가 막히게 파악합니다. 그리고 뭔가 작은 욕망을 자극해 사고 싶고, 갖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욕망의 흐름, 적정한 수준을 파악한다는 면에서 그들의 비즈니스는 패션비즈니스와 유사하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텀블러 등 MD제품이라고 부르는 것의 90%가 한국에서만 파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분홍색 다이어리, 훈민정음 텀블러 이런 것이겠지요. 이런 MD제품이 전체 매출의 10%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제품을 위해 디자인팀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디자인팀이 있는 나라는 본사가 있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고 합니다.

11.뭐 재미있는 거 없어? 그리고 digging(디깅) 문화

며칠전 스타벅스에서 다른 회사로 옮긴 임원 한분을 만났습니다. “스타벅스에 7년을 다녔는데 1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뭔가를 끊임없이 저지르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들은 항상 “뭐 재밌는 거 없어?”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항상 뭘 만들어내고 사고치고.

옥고감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스타벅스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개발한 메뉴랍니다. 옥수수 고구마 감자로 만든다고 합니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작년 봄 화제가 됐던 ‘문경오미자 피지오’를 떠올려 볼까요? 런던 라떼, 뉴욕 라떼를 들어보신적 있으신지요. 없습니다. 지방과 뭐 해볼만한 것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나온 메뉴입니다. 이외에 메뉴판에 붙어있지 않은 수많은 메뉴들. 그들은 소비자들의 사소한 요구라도 어떻게든 제품으로 만들겠다고 나선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요구, 자사 제품에 기꺼이 ’큰 지갑을 여는‘ 직원들의 요구를 그야말로 들이파는 ‘디깅(digging)의 문화’는 또다른 강점이 된 셈이지요.

12. 매장을 개척하라

매장정책이 스타벅스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스타벅스가 큰 길을 건너 마주보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왜 저렇게 할까. 두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경쟁자들이 들어올 것 같은 매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또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상권이 완전히 다른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건물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판단한 건물주들의 요청으로 좋은 조건에 들어가는 매장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타벅스 매장에서 눈여겨볼 두가지 사안이 있습니다.

13. 배당을 안하는 이유

업계의 법칙이 있습니다. 선발 주자들은 업계 전체가 올리는 이익중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린다는.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이익이 늘어난 시점은 2010년 이후 입니다. 스타벅스 매장이 급격히 늘고, 커피전문점 문화가 급속히 확산된 시기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스타벅스는 이때부터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돈을 벌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배당을 통해 수익을 해외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국내 언론들은 배당을 통해 부를 해외로 빼가고, 투자는 안한다고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평판리스크가 불거지기 시작하는 전형입니다. 스타벅스는 무슨 이유인지 돈을 많이 번 최근 몇 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스타벅스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가 지분을 50%씩 갖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투자를 위해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100% 믿지 않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리저브 매장입니다. 고급 커피 매장인 리저브에는 비싼 기계가 들어갑니다. 클러버 어쩌고 하던데 잘 기억이 안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100개 매장 중 30~40개 정도 매장에만 이 기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60개 모든 매장에서 이 기계를 씁니다. 까다로운 한국소비자들이 비싸게 주고 먹는 맛에 불만이 생기는 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스타벅스가 지금까지는 평판 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밖에 스타벅스코리아의 독특한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끝)/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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