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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데이트폭력' 이슈 다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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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이 죽일놈의 사랑! 학대받는 영혼, 데이트폭력’

자유한국당이 27일 국회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의 제목이 화제가 됐습니다. 정치권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 일자리, 안보, 복지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것과는 새삼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데이트 폭력’은 교제 중인 미혼의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정신적 충돌로, ‘사랑싸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실제 피해가 있어도 적발이나 처벌이 쉽지 않았죠.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정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는 그동안 기성 정당이 다루지 못했지만 청년층에게 중요한 이슈 한가지를 놓고 심층 연구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정부 측에서 여성가족부, 경찰청 실무자, 사회단체에서는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긴급전화 1366중앙센터 담당자가 참석했습니다. 도발적인 제목 자체는 화제가 됐지만 당 대선주자의 경선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열린 토론회여서인지 배석한 사람은 10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취재기자도 거의 없었습니다. 거의 주목 받지 못한 토론회였지만 참석자들의 눈빛 만큼은 진지해 보였습니다.

토론 참석자들은 한국당이 그동안 청년·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그동안 정책을 공급자 중심으로 짜 왔지, 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했다”며 “정당이 이런 문제까지 관심갖냐는 지적도 있을만큼 이런 토론회를 연 것은 한국당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선기획단 청년본부를 맡고 있는 이양수 의원은 “한국당에서도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반문이 많았다”며 “경제·안보이슈는 나름 대처하고 있지만 청년문제만큼은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표를 얻어볼 심산으로 청년문제 접근한 게 사실이다”고 했습니다. 여의도연구원장인 추경호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청년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현존하는 법 제도만으로는 연인 간의 데이트 폭력을 막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혜민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 사무관은 “데이트 폭력을 막기 위한 별도의 예산이 없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별도의 법이 없어 성폭력 외의 폭행과 상해 협박은 형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폭행과 협박까지 이르지 않는 수준의 스토킹에 대해서는 범칙금 정도의 부과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윤정근 경찰청 형사과 폭력계장은 “사랑싸움으로 치부될 수도 있어서 법 적용이 애매한 것이 데이트 폭력”이라며 “막상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의 경우 세대별로는 20대와 30대가 58.3%, 직업별로는 무직자가 28.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폭력이 벌어지면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77.6%에 달했습니다. (끝) /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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