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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서 처음으로 열린 ‘한일 조인트’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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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국가를 끌어들여 공동으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할 수 있을까.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재팬소사이어티에서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한·미·일 전현직 정부 고위 당국자가 참석해 3국간 교역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재팬소사이어티의 첫 조인트 행사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오바마 정부를 대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타결을 지휘한 웬디 커틀러 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나왔다. 그는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일본측에서는 일본 TPP협상을 이끈 오시마 쇼타로 전 주한일본대사가, 한국을 대표에서는 김기환 뉴욕총영사가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트럼프 정부의 환율정책과 국경조정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가 한국과 일본, 아시아국가 전반에 미칠 우려를 제기하면서 폐기수순에 들어간 TPP의 ‘부활’ 가능성이 논의됐다.

김 총영사는 먼저 TPP에 대해 “블룸버그가 보도한대로 ‘영면(Rest in Peace)했다’기 보다는 ‘선반위에 대기(Rest-on-Shelf)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트럼프 정부가 TPP를 페기하겠다고 한 것이 TPP 초기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다소 행운이라는 점도 인정하면서도 “결국 미국도 가장 높은 수준과 시장개방을 목표로하는 TPP로 다시 돌아와 TPP를 선반에서 꺼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웬디 커틀러 전 부대표도 “TPP가 달성한 높은 수준의 통상 규범은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TPP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동의를 표시했다.

쇼타로 전 대사도 최근 미일정상회담 성명서에서 양국이 양자협정 프레임에서 공동이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을 지적하며 “TPP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양자 무역협정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참석자들은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큰 리스크로 미중간 무역전쟁을 지적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이 즉각 전면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과 교역규모가 큰 일본, 한국에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커틀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조치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각종 보호무역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상충된다”며 “특히 국경조정세는 수입제품을 차별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 총영사도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통화가치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미중간의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미 재무부가 환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6개국중 나머지 5개국의 대미 무역흑자 합계를 초과한다”며 “결국 미중간 교역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잘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커틀러 는 “16개 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RCEP이 지역 통합과 개방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TPP보다 낮은 수준의 무역규범이어서 TPP를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국가별 우선순위와 경제개발 정도가 달라 의미있는 진전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쇼타로 전 대사도 “RCEP이 TPP이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한미 FTA에 더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업그레이드 되고, 희망컨대 미일 FTA까지 더해지면 3개의 FTA가 아태 지역 무역체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3개 FTA가 역내 자유와 공정, 규칙에 근거한(룰 베이스) 무역과 투자 환경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반 청중이 한일간의 민감한 이슈인 과거사 문제를 제기, 한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본측 방청객이 질의응답시간에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과거사 교육을 하고 있다.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며 주제와 무관한 질문을 던진 것. 김 총영사는 “(질문자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부추기는 교육을 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젊은 세대가 서로 적대감을 갖지 않도록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넘겼다. 쇼타로 전 대사도 “김 총영사의 발언에 적극 동의한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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