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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기억 관장하는 뇌 조직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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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한국 과학자들이 복잡한 신경망으로 연결된 뇌 조직을 실험실에서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실험에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 뇌를 본떠 연구용 인공뇌를 만들 수 있어 향후 뇌 질환의 원인을 찾고 치료물질을 개발하는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허은미 선임연구원과 최낙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인간의 뼈와 피부, 조직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인 콜라젠(콜라겐) 섬유를 일정 방향으로 정렬하게 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신경세포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가지모양의 축삭이 일정한 방향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뇌 해마에서도 특히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CA1과 CA3에서 신경세포를 추출했다. 그리고 일정 방향을 가지도록 정렬한 콜라겐 섬유에 넣고 배양을 시켰다. 신경세포들은 분화와 성장을 거듭하면서 신경세포 연결고리인 시냅스를 형성하며 CA3와 CA1 신경회로망을 다시 구성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콜라겐 섬유 안에서 다시 구축된 신경회로망이 실제 뇌 안의 신경회로망처럼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최 선임연구원은 “정상적인 신경 회로망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비정상적인 질병 상태의 신경 회로망도 실험실에서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 안의 여러 장기와 조직은 세포와 세포 외에도 다양한 구성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된 구조를 갖는다. 이런 구조가 우리 인간의 각 부위가 생물학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실험실에서 장기와 조직을 몸속에서처럼 배양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람 몸속과 같은 세포 방향성을 알아낸다면 모양뿐 아니라 기능도 똑같은 인공 장기와 조직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그런 점에서 실제 세포 배양에 쓰이는 생체재료에서 방향성 구현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해부학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많은 신경 회로망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뇌 조직을 체외환경에서 재구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을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와 결합시킨다면 다양한 뇌 질환·신경질환과 신경 회로망의 기능 장애와 연관성을 찾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가 지난 1일 발표했으며, 오는 21일 네이처 리뷰 머티리얼스에 리서치 하이라이트로 한 번 더 소개될 예정이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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