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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왼쪽 옷깃에 달린 푸른리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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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3일 저녁 4박5일간 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주요국 정상으로서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이서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방미 기간 아베 총리의 왼쪽 옷깃에 달린 파란색 리본을 보곤 ‘저건 도대체 뭘까’하는 의문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겁니다.<사진 참조>

그 푸른리본은 북한 납치 피해자 조기 석방과 구출을 기원하는 배지입니다. 일본에서는 ‘블루리본’으로 불립니다. 하늘과 바다의 푸른색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납치 피해자와 그의 가족, 일본인들이 일본과 북한 사이에 국경 없이 이어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재회의 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 등 납치 피해자 관련 단체 관계자나 이들 단체와 뜻을 같이하는 일반 시민, 납치 일본인 조기 구출을 위해 활동하는 의원연맹(납치의련)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왼쪽 가슴에 이 배지를 달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재임 중인 2004년 5월22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블루리본 배지를 달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노믹스(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미일 안보동맹을 굳건히 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국의 방위의무를 규정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받고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 공동성명도 발표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미일 양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추가 도발을 삼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하고, 북핵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공동성명에 명기했습니다.

우리에게 큰 주목을 끌진 못했지만 공동성명에는 일본인에게는 중요한 또 다른 내용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미일 정상이 대북 납치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완전히 인식을 같이한다”는 겁니다. 아베 총리는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가토 가쓰노부를 납치문제담당상에 임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면서 협상은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그 푸른리본은 뭐냐?”고 물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아베 총리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일본에서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협조를 얻으려는 아베 총리의 치밀함이 느껴집니다. (끝)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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