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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네로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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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상간·간통 일삼은 부모 혈통 승계 '음란방탕'

(정화담·성풍속연구가) 네로의 여인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단히 재미있는 일이다. 우선 그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다. 아그리피나는 소율리아의 딸로 근친상간 간통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간통의 죄목으로 오랜 유배생활을 거쳤고 드디어는 자신의 아들인 네로와도 성적인 접촉을 했다고 짐작되는 일화들을 남기고 있다. 네로의 아버지 역시 동성애 간통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잔인하고 포악해 로마인의 특성을 잘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들었던 사람이다. 굳이 따진다면 네로는 무엇보다 혈통이 나빴다. 부계와 모계 모두 지저분한 사건들에 연루되어 있고 일종의 정신병리적 상태에 놓여 있었다.

아그리피나는 특히 그랬다. 스스로 권력에 대한 욕망이 엄청났던 아그리피나는 네로를 끝까지 마마보이로 만들었고 아들을 자신에게 매어 두기 위해 스스로 근친상간을 벌였다고 짐작되는 정도였다. 바로 이런 점이 네로를 다중인격으로 몰아갔다. 네로는 변장을 하고 건달들과 어울려 로마의 밤거리를 쏘다녔다. 물론 길가는 여인을 겁탈하고 패싸움과 주먹질을 하는 등 난장판을 벌여댔다. 타키투스는 네로의 치세기간이던 56년에 대해 이렇게 썼다.(오토키퍼 로마의 성풍속사에서 재인용)

『56년에는 평화가 사라졌다. 시민의 삶은 네로의 음탕한 술잔치로 엉망이 되었다. 길거리는 매음굴과 여관들이 들어서 볼썽사납게 되었다. 네로는 변장을 하고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고 사람에게 발각되면 부상을 입히고 다녔다. 때로는 그 자신이 폭행을 당해 얼굴에 상처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참 가관인 것이었다. 네로는 처음부터 탕자였고 속으로 감출 수 없는 파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지극히 정상적이었지만 간혹은 황제다운 면모를 보인 적도 있지만 언제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세네카로부터 교육받고 치밀한 외교적 수완을 보이는 등 네로의 정상적인 정치생활은 물론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그가 고의로 로마에 불을 질렀는지 아니면 다른 방화였는지에 대해서는 역사가들이 토론할 문제지만 그가 기획했던 신로마는 사실 상당한 타당성을 갖는 것이었다. 물론 스스로 불을 지르고 이를 기독교인들의 잘못으로 돌려 이들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린 소설 쿼바디스는 상당히 과장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논외로 하자.

그는 무자비하면서 동시에 연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에게 그랬고 또 한 사람의 여인 포파이아에게도 그랬다. 이 여인들에게 그는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좋았다. 결국 그는 어머니이자 연인이며 그의 감독자이자 그의 보호자였던 아그리피나를 살해하게 된다. 이 기이한 정신의 분열을 우리는 도착적 성의 일면으로 보게 된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