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무자급 내부 회의가 열렸을 때, 자발적으로 개선 방안을 발표한 직원에게는 10점이 부여되고 이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현장에서 바로 덧붙인 또 다른 직원에게는 5점이 부여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집계된 누적 점수가 높은 직원들에게는 일정 기간마다 시상이 이뤄지고요. 직원간 자유로운 의견 교류와 경직되지 않은 유연한 조직 문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합니다. 젊은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네요.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주택보증 등을 통해 주택금융을 공급하는 금융 공기업입니다. 지난해 가입자 수만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주택연금도 주택금융공사가 맡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도 아닌 금융 공기업이 직원들의 자율성, 창의성,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이런 마일리지 제도까지 도입한 데는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합니다. 김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유난히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직은 진화하는 생물과 같아서 기존의 틀만으로는 결코 지속적으로 성장을 꾀할 수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소신이라고 합니다. 조직 스스로 변화를 찾아내고, 발전하려면 끊임없는 내부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는 2004년 3월 창립해 다른 금융 공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이라 소통과 집단지성의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믿음이라고 하네요.
이 때문에 김 사장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금융 공기업들이 일제히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때도 수개월 동안 전 직원을 직급별, 직무별로 나눠서 일일이 찾아 다니며 성과연봉제의 도입 취지와 효과, 실제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업무 참여의 자발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 공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직군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실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직군을 신청 받아 심사를 거쳐 배치하는 방식이죠. 직군별로 별도의 전문 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주택금융공사에서는 회식 때 “같은 걸로 주세요”라는 말이 일종의 금기어라고 합니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상사와 동일한 것을 시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라네요.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도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더라고요. (끝) /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