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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IHH 관람기 ⑤끝)최고급 시계 박람회라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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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생활경제부 민지혜 기자) ‘2017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가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SIHH가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시계 전시회’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요. 상세한 전시회 속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것으로 관람기를 마칠까 합니다.

SIHH는 일단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리치몬트그룹과 독립시계 등 전시회에 참여하는 시계 브랜드에서 초청한 도매상, VIP 고객, 기자, 바이어 등만 사전 등록 후 입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올해는 처음으로 마지막날 하루 동안 일반인들 입장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유료였습니다.



들어갈 때 보안 점검도 엄격합니다.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보여줘야 하고 금속 등을 확인하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신분을 확인한 뒤 발급받는 패스로 몇시 몇분에 입장했는지 기록에 남겨야 함은 물론이고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최신상 시계를 한두 점도 아닌, 한두 브랜드도 아닌 30개 브랜드에서 한데 모아놨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힘겹게 들어간 SIHH 전시회장. 일단 기자들은 프레스 클럽에서 PC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미팅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여러 언어로 발행된 시계 전문 잡지 등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고요. 이 무거운 책들을 짊어지고 가지 않도록 명함에 적힌 각자 회사로 1개 박스, 7kg에 한해 무료로 부쳐주는 TNT의 서비스도 이용 가능합니다.

바이어, 도매상, VIP들은 더 극진한 대접을 받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신제품을 예약 주문하는지에 따라 그 브랜드의 1년 매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죠. 기자들과 달리 이들은 각 브랜드 부스에 마련된 VIP 미팅룸을 이용합니다. 은밀한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계를 직접 착용해보고 가격을 흥정하며 주문을 하는 곳이죠. 물론 기자들도 신제품을 만져보고 착용할 수 있지만 프리젠테이션 때 해당 나라에서 온 여러 명의 기자들이 우르르 모여들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 등 여러 모로 한정돼 있습니다.



SIHH의 가장 큰 장점은 음식과 음료 서비스입니다. 일단 입장만 하면 누구든지 전시장 안 곳곳에 마련된 네스프레소 바에서 온갖 음료를 무료로 언제든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프리젠테이션 사이사이 잠깐 동안의 쉬는 시간에 이용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여기 앉아있진 못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 공간에서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등으로 구성된 그날의 메뉴 가운데 골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샐러드, 오리구이, 딤섬, 스시, 똠냥꿍, 가르파초, 파스타, 모둠치즈, 과일 등 종류도 다양하죠. 한쪽에 따로 마련된 조용한 런치타임이라는 공간도 사전에 예약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각 브랜드 직원들을 위해 지하에 마련한 뷔페식당도 물론 누구나 이용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전세계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여러 음식을 고루 갖춰놓은 대형 뷔페입니다. 모두가 촘촘한 스케줄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빨리 먹고 이동하기엔 제격이죠.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람객들이 수십개 호텔에 나눠서 묵곤 하는데 이들 호텔을 돌아다니며 관람객을 전시장까지 태워다주는 SIHH 전용 셔틀입니다. A부터 F까지 총 6개 노선이 수십개 호텔을 하루 종일 돌아다닙니다. 아침 시간과 저녁 시간엔 셔틀버스가 꽉 차곤 하죠. 저녁식사를 전시장에서 제공하진 않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이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한 뒤 레스토랑 등에서 식사를 해결합니다.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기자들은 호텔 방에서 룸서비스로 시켜먹기도 하고 스타벅스 같은 커피 체인점을 이용하기도 하죠. 겉보기엔 럭셔리해보이지만 하루 종일 시간을 쪼개 돌아다녀야 하는 관람객들의 일상은 절대 럭셔리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초청받은 VIP 고객은 다르죠. 이들은 여유있게 브랜드의 프라이빗 미팅룸을 이용한 뒤 최고급 식사가 마련된 브랜드별 갈라쇼에 참석합니다. 어떤 브랜드는 럭셔리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기도 하는데 아예 커다란 요트, 유람선을 빌려 강 위에서 저녁 행사를 하는 브랜드도 많습니다. 각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중요 고객들, 또 초청받은 홍보대사나 연예인 등도 참석하죠. 기자들은 아주 소수만 참석하곤 합니다. 물론 올해는 김영란법 때문에 한국 기자들은 갈라쇼에 가지 못했고 SIHH도 입장료를 내야 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지면에서 자세히 풀어놓을 예정입니다. 아무튼, 어떤 시계 브랜드가 어떤 행사를 준비했다더라, 얼마나 럭셔리한 유람선을 빌려서 얼마나 화려하게 갈라쇼를 했다더라 하는 게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그 브랜드의 파워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럭셔리 워치 메이커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랄까요. 단순히 보여주기식 허례허식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닙니다. 브랜드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VIP 고객들은 감동을 받은 만큼 돈을 쓰기 마련이니까요.(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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