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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선악 양면을 모두 가진 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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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네로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네로가 과연 얼마나 악한 사람이었느냐는 것은 많은 학자들의 논란거리였다.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 가계와 부친 가계를 통틀어 더러운 피를 타고 났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혈통으로부터 내려온 성적 방종과 폭력성이 네로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처음부터 그가 악한 것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많다. 네로가 사형 명령서에 사인하면서 내가 글을 배운 것이 후회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두고 그가 처음에는 선량한, 어느 면에서는 여린 사람이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독자들은 어느편에 설 것인가. 사실 이런 논쟁은 네로에 대해서만 전개할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선악의 양측면을 모두 갖고 있고 학자들과 사상가들은 천년이 넘게 논쟁을 계속해왔다. 네로 당시의 철학자요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던 세네카 역시 이런 문제들에 관해 고민해왔을 정도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당연히 사람은 선하게 태어났다는 주장을 무의식 중에 갖고 있다. 천사같은 순박함으로 태어났지만 자라나고 세파에 시달리면서 점차 악하게 되었다고 많은 상식인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동경하고 과거를 아름답게 생각하는 버릇을 우리는 갖고 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이나 과거는 아름답게 회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생각을 철학으로까지 승화시키면 이때는 종교가 되고 사상이 된다. 기독교는 이중 가장 철저한 입장이어서 사람은 모두 낙원에서 태어났으되 죄를 지어 악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공산주의도 마찬가지여서 원시공산사회에서 사유재산제도가 생기면서 점차 사회는 악질적으로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였다는 생각은 우리가 의식하건 안하건 근대사회를 이루는 기초가 되어 있다.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이기적이며 악한 존재라는 것은 근대시장 경제의 강건한 기초다. 사람이 악하다는 전제를 깔고 건설되는 사회는 오히려 건강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지나쳐 부러지는 경직된 사회가 되기도하지만 인간의 상대적 악함을 경계하는데서 근대정신이 탄생한다.

이야기가 복잡하게 흘러왔다. 우리의 주제는 네로다. 네로는 바로 이 선악 양면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네로가 특별히 로마 역사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은 로마가 갖는 사디즘적 요소가 네로에게서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되었기 때문일 테고 기독교에 대한박해와 이에 대한 반작용들이 네로를 역사상 전무후무한 패륜아처럼 묘사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우리중의 그 누구라 하더라도 완전히 자유롭다면 그 누구가 악행을 마음대로 저질러보겠다는 충동을 받지 않을까.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