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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IHH 관람기④) 이토록 독창적인 시계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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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생활경제부 민지혜 기자) 해파리처럼 생긴 시계, 게임기처럼 만든 시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잎을 하나씩 뜯었던 기억을 담은 시계. 모두 ‘2017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에서 공개된 독립 브랜드들의 신제품 얘기입니다. 스위스 제네바 팔엑스포 SIHH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독립시계관(Carr des Horlogers)에는 그로네펠드, 로만 제롬, 리상스, 스피크-마린, MCT, MB&F, 우르베르크, 크리스토프 클라렛, 올랑스, H.모제, HYT 등 다양한 이름의 브랜드가 참여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독창적인 시계는 충분히 눈길을 끌 만했죠. 디자인뿐만 아니라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등 럭셔리 워치 메이커로서 가진 기술력도 충분히 담은 제품들이었습니다.

MB&F는 아이들의 동심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어릴 적 우주선을 타고 싶었던 꿈, 비행기를 운전하고 싶었던 로망을 시계에 담은 겁니다. 그래서 우주선을 닮은 시계, 비행기 터번 모양을 고스란히 재현한 시계를 만들기도 했죠. 올해 SIHH 신제품으로는 우주선 같기도 하고 해파리 같기도 한 시계를 선보였습니다. 시계 앞면과 뒷면이 모두 돔처럼 입체적인 곡면을 갖고 있습니다. 다이버들을 위한 다이버워치처럼 베젤(테두리)을 만들었지만 다이버워치는 아닙니다. 50m 생활방수 기능은 물론 갖췄고요. 이 베젤을 돌리면 시간을 잴 수 있습니다. 6시 방향에 고정돼 있는 선을 보면 시간을 읽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이얼 안쪽의 시간과 분을 알리는 디스크가 돌아가기 때문이죠. 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투르비용 기능도 갖춘 고급 시계입니다. 총 33개 한정 판매하는데 가격은 9만8000프랑(약 1억1500만원)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토프 클라렛은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던 소녀들의 감성을 담았습니다. 여성시계 ‘마가릿’에는 다이얼 정가운데 꽃 모티브가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그는 날 사랑한다”라는 문구가 영어, 아랍어, 중국어, 불어 등으로 써 있습니다. 나비 주변을 맴도는 나비 두 마리는 각각 시간과 분을 알려줍니다. 시계 뒷면에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었습니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을 세팅한 이 시계는 다이아몬드 갯수에 따라 6만9000~8만8000프랑(약 8080만~1억원)이라고 합니다.

우르베르크(Urwerk)는 로봇처럼 생긴 묵직한 시계를 공개했습니다. 100% 티타늄으로 만든 ‘UR-T8’ 시계는 시간을 보여주는 앞면과 뒷면을 돌릴 수 있습니다. 마치 로봇이 변신하듯 다이얼 위아래 달린 버튼을 눌러 올린 뒤 돌리면 됩니다. 뒷면을 앞면으로, 앞면을 뒷면으로 부드럽게 돌릴 수 있습니다. 딱 30개만 만들었고 가격은 10만프랑(약 1억17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올랑스(Hautlence)의 제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간에 쫓겨사는 현대인들에게 게임할 시간을 주자는 게 콘셉트입니다. 그래서 시간과 분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게임 속 미로처럼 다이얼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구슬이 들어가고 나올 구멍만 2개 있습니다. 옆에 달린 크라운(용두)은 이 구슬 구멍 밑 태엽을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시계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구슬을 미로에서 빼내는 게 이 시계의 유일한 기능이자 목적이죠. 게임기라곤 하지만 딱 18점만 만든데다 핑크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까지 세팅했기 때문에 가격은 1만2000프랑(약 1400만원)이라고 합니다. 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제품입니다.

어느덧 2017 SIHH도 끝나갑니다. 넷째날인 오늘은 독립시계 브랜드를 소개했는데 내일은 마지막으로 SIHH의 다양한 부대시설과 특징을 공개할까 합니다. 와보지 못한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SIHH의 다양한 면모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오늘 미처 소개하지 못한 독립시계 브랜드에 대한 얘기는 21일자 한국경제신문 토요커버 기사에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SIHH 마지막날인 20일(현지시간)은 처음으로 일반인이 입장할 수 있는 퍼블릭 데이입니다. 물론 공식 온라인 사이트에서 미리 티켓을 구매(70프랑)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합니다.(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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