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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IHH 관람기②) 한 마리 나비처럼...작품이 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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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2017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이튿날인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한국과 홍콩에서 온 기자들을 대상으로 반클리프 아펠, 리차드밀, IWC, 피아제, 보메 메르시에, 로저드뷔 등의 프리젠테이션(PT)이 진행됐습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브랜드마다 돌아가면서 PT를 들어야 하는데요, 홍콩과 한국은 한 팀으로 묶여서 PT를 듣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명품시계가 자리잡은 경제대국 일본에선 8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중국에선 100여명이, 한국에선 16개 언론사가 이번 SIHH에 참여했습니다. PT를 듣는 기자들 수만 봐도 명품시계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늠할 수 있는 셈이죠.

이날 공개된 신상 시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반클리프 아펠의 포에틱 워치였습니다. 이 브랜드는 마치 시에 등장할 것 같은 요정, 꽃, 은하수 등을 시계 다이얼 안에 담기로 유명합니다. 그런 시계들을 포에틱 워치라고 부르는데요, 반클리프 아펠만의 예술적 감각과 기술력으로 올해도 요정, 나비를 담은 멋진 시계를 탄생시켰습니다. 자유롭게 날개짓을 하는 나비를 다이얼 안에 고스란히 옮겼고 크라운(용두)에 달랑거리는 꽃모양 참 장식을 달기도 했습니다. 다이얼 위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는 레이디 아펠 시계는 전세계 7개만 한정 판매한다고 합니다. 여러 겹으로 애나멜을 입힌 다이얼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기도 하지만 날개짓을 가능하게 만드는 레귤레이터 무브먼트는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실제 나비가 시계 위에 앉은 것처럼 우아한 날개짓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적당한 속도를 끊임없이 연구해서 탄생한 작품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또다른 예술품은 바로 탁상시계(Automate Fee Ondine)였습니다. 6년 전에 처음으로 기획한 이 시계는 시계라기보단 정말 예술작품에 가깝습니다. 녹색 연꽃잎 위에 앉아있는 우아한 요정과 연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습니다. 키를 꽂아 시계를 작동시키면 연꽃잎이 서서히 출렁이며 요정이 고개를 돌리고 손을 움직입니다. 연꽃잎이 벌어지면서 그 안에서 나비가 등장해 날개짓을 합니다. 이를 구동시키면서 딱정벌레가 움직이며 시간을 알려줍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이 시계는 딱 한 점만 만든 유니크 피스입니다. 화려한 주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시계를 제작하는데 무려 2000개의 부품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최근 성장세가 더 가팔라진 IWC에서도 야심차게 여성시계를 선보였습니다. 고급 시계 다빈치 라인에 36㎜ 크기의 여성시계를 추가했고 포르토피노 라인에도 여성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던 IWC의 행보를 보면 확실히 여성들이 명품시계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명품 가죽구두 브랜드 산토니와 협업해 이 브랜드의 가죽을 스트랩으로 달았습니다. 선명한 레드부터 오묘한 블루, 쨍한 그린, 고급스러운 브라운 등 다양한 색감으로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혔죠. IWC의 다빈치 여성시계는 문페이즈(달의 기울기를 보여주는 기능), 크로노그래프(시간 거리 등을 재는 기능), 퍼페추얼 캘린더(윤년까지 계산해 정확한 날짜를 보여주는 기능)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만들었습니다. 특히 다빈치 라인에서는 처음으로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을 채택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여성시계를 대거 선보이면서도 예술성과 기술력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피아제 역시 유명한 클래식 워치 메이커죠.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총 2㎜ 두께밖에 되지 않는 울트라씬 시계들은 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계입니다. 올해는 피아제의 대표적인 울트라씬 시계 모델 ‘알티플라노’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피아제는 다양한 알티플라노 라인을 공개했습니다. 총 3.65㎜ 두께의 핑크골드 오토매틱 워치는 200개만 한정 판매합니다. 깊은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미드나잇 블루 색상의 다이얼로 만든 60주년 한정판 알티플라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린, 브라운 색상의 다이얼도 색의 깊이감을 달리 했습니다. 모두 3㎜ 두께, 40㎜ 크기의 울트라씬 버전으로, 각각 260개씩만 제작했다고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클래식 워치의 정석을 보여주는 시계들이었습니다.

합리적 가격대로 인기를 끄는 스위스 브랜드 보메 메르시에 역시 올해는 여성 시계를 강조했습니다. ‘마이 클래시마’ 라인에서 31㎜ 크기의 여성시계를 내놨는데 국내 판매가격이 120만원대라고 합니다. 남성용 42㎜ 제품도 130만원대. 배터리로 구동되는 이들 쿼츠 시계뿐 아니라 크로노그래프를 장착한 오토매칙 워치의 가격도 400만원대로 책정했습니다. 좀 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찾는 젊은층의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여성시계만 신제품이 나온 건 아닙니다. 남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표 브랜드 로저드뷔에서는 올해도 속이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워치, 2개의 투르비용이 장착된 시계, 카본과 티타늄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여럿 선보였습니다. 특히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카본’은 로저드뷔가 카본 소재로 만든 첫 번째 플라잉 투르비용 모델이라고 합니다. 기존 제품이 메탈 소재로 60시간 파워리저브(구동시간)가 가능했는데 이 시계는 좀 더 가볍고 강한 카본을 가공해서 제작했기 때문에 90시간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췄습니다. 전세계 28개 한정 판매하는 이 시계는 레드와 블랙의 색상 매치도 눈길을 끕니다. 가격은 18만프랑으로 한국에선 2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3억7000만원짜리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모델, 블루사파이어를 세팅한 여성용 티타늄 워치 등도 이날 공개했습니다.

2017 SIHH 셋째날인 18일에는 예거 르쿨트르, 지라드 페리고, 파네라이, 바쉐론 콘스탄틴 등의 프리젠테이션이 예정돼있습니다. 오틀랑스, 리상스 등 여러 독립 시계 브랜드의 PT도 예정돼있는데 눈길을 끄는 시계가 있으면 소개할 예정입니다. 모바일한경에서 공개하는 셋째날 신제품도 기대해주세요.(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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