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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선호하는 '에이스 PB'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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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은행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무 중 하나는 바로 프라이빗뱅커(PB)입니다. 주로 자산가들의 재무 설계와 금융상품 투자, 은퇴 후 노후 대비 등을 종합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등 주요 은행들은 별도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고요. 같은 은행원이지만 내부에서도 PB는 좀 더 전문직 인식이 강합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일찍부터 노후 설계 등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PB 수요는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각 은행들은 종합 자산관리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이른바 ‘스타 PB’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실제 각 은행은 전문적인 PB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 층 은행원을 대상으로 PB로서 자질과 잠재력이 있는 예비 PB군을 뽑아 일정 기간 PB센터 등에서 훈련과 교육을 하고 있죠. 예비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정식 PB로 근무하게 됩니다.

은행원들이 PB 업무를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 영업점 업무에 비해 전문성이 강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지만 전용 사무실 등 상대적으로 나은 근무 환경과 별도의 PB 수당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고 고참 PB들은 입을 모읍니다. 십수년간 시중은행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PB는 “거액을 관리하는 등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PB를 지원했던 은행원들이 정작 업무를 맡고 나서는 제대로 적응하거나 실적을 내지 못해 중도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른바 ‘에이스 PB’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자질을 설명해줬습니다. 일단은 고객들과 ‘스킨십’입니다. 자산가들이 ‘이 PB는 내 돈을 자신의 돈처럼 소중하게, 또 최선을 다해 관리해준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객 입장에서가 아닌 은행 직원 입장에서 수수료가 높은 금융상품만 소개하고 추천해준다”는 이유로 담당 PB 교체를 원하는 자산가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고객과 PB간 신뢰가 쌓이지 못했단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은 전문성입니다. 단순하게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국내외 경제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갈수록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흐름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경제 관련 뉴스와 이슈를 챙기려는 노력과 끊임없는 학습이 요구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금, 부동산 등 자신만의 주특기가 하나쯤 있으면 좋다고 합니다. 수 많은 PB들 중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남들과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한가지는 ‘고객에 대한 성실함’이라고 합니다. “처음 PB 입문을 하면 고객 관련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고객의 가족 사항, 자산 구성 등 기초 지식을 포함해 어떤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험이 있는지 등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PB로서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시간이 흐르고 보면 이런 고객 관리를 꼼꼼하게 한 PB와 그렇지 않은 PB들의 성과가 확연히 갈립니다. 고객들의 만족도도 당연히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태도는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을 집중 관리하는 ‘에이스 PB’로 성장하는 것이고요.”

생각해보면 금융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은 특별한 데 있는 게 아니라 고객 중심의 사고와 성실함, 이렇게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데 있는 듯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