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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멧살리나, 쾌락 찾아 '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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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야행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두 개의 인격이며 성적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성에서의 지킬과 하이드처럼 요조숙녀와 탕녀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난봉꾼들은 말해왔다.여염집 부인들이 심심해서 혹은 잔돈푼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매춘을 했다는 경찰의 보고서가 20세기말 서울에서만 발생한 일은 아니다.

언제나 몸을 팔아 돈을 챙기거나 혹은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성욕에 뜨거워진 몸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몸을 파는 여인들도 많았다. 물론 굳이 여자들만이 몸을 파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남자들도 알고 보면 여자의 팬티 아래서 생활을 영위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녀의 문제를 굳이 경제적 상황에 대입해서 푸는 것은 일면만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매독이 창궐했던 근대 유럽에서는 남자의 정액을 먹으면 매독이 낫는다는 그럴싸한 말들이 유포되면서 매독에 걸린 여염집 부인들이 남몰래 창가로 찾아와 오로지 병을 고치기 위해 오럴로 봉사했다는 또 하나의 그럴싸한 이야기가 있다. 상대가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성 중독이 있다. 질펀한 술자리는 흔히 이런 이야기들로 파하곤 하지만 누구누구 하는 여배우가 어떻다든가 누구 하는 모델이 어떻다는 등의 이야기는 늘 남성들의 주된 술안주가 되어 있다.

우리의 주제인 로마에서는 감히 황후가 이런 여자였다. 갈리귤라의 자리를 이어받은 클라우디스는 멧살리나라는 30살이나 어린 여인을 세번째 아내로 맞았다. 클라우디스는 자식을 여럿 두기도 했지만 스스로는 성적 방종과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오히려 젊은 아내를 위해 미남 청년을 선발해 그녀에게 봉사하게 하고 그녀가 만족하는 것을 보며 기분 좋아했다.

참으로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문제는 멧살리나였다. 그녀는 남편이 골라주는 미소년들과 즐기는데도 이력이 났다. 자신의 지위와 신분에 대해 섹스 상대가 주눅이 들어 있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이럴 경우 방법이 없었다. 스스로 길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다.

멧살리나는 밤이 되면 변장을 하고 창가에 스며들어 스스로 창녀 노릇을 했다. 거친 손님들에게 이리저리 손을 잡혀 이끌리면서 그녀는 쾌락을 즐겼다. 피학적인 정신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내려다보는 섹스에서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군림하는 성의 파트너를 찾아 그녀는 야밤을 헤맸다. 허망한 영혼이었지만 세상에는 이런 여인들도 알고 보면 많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불쌍한 여인은 남편을 죽이고 정부를 황제로 만들려는 음모가 탄로나는 바람에 타살되고 말았다.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