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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오바마 대통령, 사이언스에 특별 기고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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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오는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과학 분야에서 마지막 활동은 국제학술지 기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청정 에너지의 되돌릴 수 없는 모멘텀’이란 제목의 특별 기고를 실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국제학술지에 기고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끌어내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론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석유뿐 아니라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적극 권장할 뜻을 밝히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그간 다져온 환경 에너지 정책이 전면 후퇴할 위기에 몰렸다. 이번 기고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이 보는 사이언스를 통해 깨끗한 에너지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차기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자신의 재임기간 중 시작된 청정에너지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며 계속돼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는 먼저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가 병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경제는 10% 이상 성장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5%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더는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을 때 어떤 이득을 얻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는 비용을 절감하며 주주들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비용 절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게 된 구글과 월마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구글은 올해 안에 전세계 서버로 공급하는 전기를 100% 청정 에너지를 통해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유통회사인 월마트 역시 올해 안에 매장에 공급되는 전기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바꾼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36만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기대했다. 그는 2008년~2015년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 공급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를 통해 석탄과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와의 가격 경쟁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청정 에너지는 전 지구적 합의이자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161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2015년 파리에서 합의한 기후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훌륭한 사업과 경제는 기술 혁명을 이끌고 시장 트렌드를 만든다”며 “최신 과학과 경제학이 올바른 지침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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