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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금융 대전'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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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정유년(丁酉年) ‘금융 대전(大戰)’이란 말이 새해 벽두부터 나옵니다. 그도 그럴것이 각 은행들은 연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등을 통해 올해 영업 준비를 마쳤습니다. 실무진 인사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영업 경쟁에 나선다는 게 은행들의 방침입니다.

매년 초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 상황은 좀 남다릅니다. 이달 K뱅크를 시작으로 이르면 3~4월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출범합니다. 좀 더 두고 봐야 겠지만 기존 은행권 판도를 뒤흔드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글로벌 은행권 트렌드가 빠르게 정보통신기술(ICT)과 핀테크(금융+기술)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 위주로 바꾸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국내 은행들도 투자·인력 등을 미래금융에 쏟고 있습니다. 물론 각 은행마다 경영 전략과 목표치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은행마다 미묘하게 무게 중심의 차이도 느껴집니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농협금융그룹 등 국내 4대 금융그룹 중에서 최고경영자(CEO) 임기나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운 곳은 하나금융뿐입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 윤곽이 이달 내 나옵니다. 한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년 범(汎)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한답게 물 흐르듯 조용히 차기 회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마음에 정해놓은 차기 회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노코멘트”라고 답했지만요.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의 임기는 오는 11월 끝납니다. 2014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권력 다툼인 ‘KB 사태’로 인한 흔들렸던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에서 오는 11월 윤 회장의 임기 만료에 맞춰 현재 윤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은행장 자리가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좀 더 빠른 오는 4월에 끝납니다. 지난해 상반기 조선·해운업 여신 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농협은행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에 총괄 수장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죠.

이에 비해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2018년 3월이거든요. 이 때문에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다른 금융그룹이 지배구조 이슈로 혼란스러운 올 해가 하나금융에는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업력을 모으고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포석을 단단히 다져 앞으로 수년간 치열하게 진행될 미래금융 경쟁에서 한 발 앞서자는 취지입니다.

우연이겠지만 2017년 영업 첫 날 모습만 봐도 이런 분위기는 나타납니다. 신한금융, KB금융, 농협금융은 모두 내부 시무식만으로 조용히 올해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김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북한산을 올라 한 해 다짐을 공유한 데 이어, 지난 2일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서울 명동 본점에서 출근하는 전 직원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정유년을 상징하는 닭 캐릭터 인형을 나눠줬습니다.

올 해 각 금융그룹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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