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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창파에 우리 배 없는 해운조선 강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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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해운업계 원로 정남돈 선생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본지 기자에 보내온 글입니다. 정남돈 선생은 1990년 조양상선이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항로를 개척할 때 개발팀장을 맡아 활약했고, 이후 세양선박 대표 등을 지냈습니다. 모바일한경은 앞으로 정 선생이 보내온 해운업 관련 기고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바다로 가야 한다. 남국으로 가야 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이다. 현명한 자가 장구한 세월 확립시킨 바다의 거래 제도와 국제 표준의 무역패턴이 있는 그곳이 리스크가 작다. 흔해빠진 지하 에너지가 이젠 무기가 될 수 없다. 아프리카 바다, 브라질 앞바다에도 많이 있다. 철광석 값마저 가격 파괴로 바닥시세다. 철판가격에 좌우되는 조선업이 예측 불허이니 이 업종의 패권유지도 자꾸 의심이 간다.

하늘 기술은 러시아제·중국제 민간 비행기도 기술신뢰가 없어 쉽사리 못 들어가는 곳이다. 기술이 있어도 부속의 내구성과 안전도가 없으면 못 쓴다. 그러니 우리는 바다에서 활동할 영토를 확장하는 게 맞다. 유럽의 소국 덴마크가 700척의 컨테이너선을 갖고 이 지구 해양물류를 장악하는 것을 보면 눈치 챘을 거다. 자본금 근 60조로 연간 25~30조의 매출액을(컨테이너 선 분야에서만) 내고 그 이익은 기하급수로 커진다. 미래를 보며 허브항구에 투자를 확대했다. 경쟁선사가 당분간 없으니 그들은 제법 장수를 누릴 것이다. 세계경제와 함께 물류거래도 커지는 것이다. 모든 이익은 그들 판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어 준 배로 그들은 돈을 번다. 우리는 남의 배를 용선을 해서 남에게 다 퍼 주었다. 기이한 전략의 차이이다. 공부는 하되 헛공부 한 것이다. 타국이 우리 조선소에서 배를 지으면 우리 은행이 연 1% 짜리 이자로 장기 융자해 준다. 그런데 우리 국적선에는 그런 혜택이 없다. 적군을 키워 우리를 점령하도록 만드는 깡통수법을 역(逆)전개하고 있다. 우물안 관료들이 선박수출을 위해 만든 꼼수인데, 결국 그 배들은 같은 바다에서 경쟁해 한진해운을 그렇게 굴복시켰다. 외세의 영향이 어떤지 맛을 알았을 거다. 국가 경제팀이 만든 전략이 구차하게 만든 심포니다.

이는 상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선에서처럼 어선에서도 그 비싼 참치 배를 팔게 해, 그 배를 중국이 다 매입해 버렸다. 실업자가 된 사모아 지역 항해사나 선장은 모두 중국 배에 승선해 참치 잡는 기술까지 중국에 다 넘어 갔다는 것 아닌가? 심지어 고기 잡는 레이더(어군 탐지기)까지 급하게 달아 다 팔아 버렸다. 일본은 어군 탐지기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 이제 중국 배와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기술을 추월했다고 한탄한다. 우리 전략이 없으니 계속 말려들어 우리 스스로를 옥죄는 것 아닌가?

툴에 의해 죽고 사는 기술 세상을 경험 못한 관료들은 늘 맨주먹으로 기술 개발이 중요함을 부르짖는다. 책상에서만 만세 부르는 격이다. 꽉 짜여 진 경쟁 속에서 우리의 한 부문 잘못이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 고려치 않는 것이다. 그들은 돈이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기업인들은 기술이 돈을 번다고 보는 차이가 이렇게 생각의 갭을 만들었다. 전략이 없는 그 민족은 타민족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 툴에 의해 60만 동학군이 왜구에 의해 죽고 식민지 단초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기술 부문 조정은 매사 신중해야 한다.

예전 한국이 중고 컨테이너선을 구입해 정기선 사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결국 중고선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팔려고 했던 그 대만회사는 한국에 팔면 부메랑이 된다며 포기했다. 한국 선사가 시작한 시기는 그로부터 10년 뒤였다. 이것이 꼴지 전략으로 커온 한국 경제다. 훗날 홍콩의 선박 왕, C.Y 퉁씨 회사(OOCL)는 ‘Oriental Leader’라는 중고선을 구입(1975년경)해 배명을 ‘코리안 리더 호’로 바꾸고 컨테이너선의 기함상선으로 등록해 운영했다.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그러나 당시는 국가도 해운공사도 돈이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무거나 돈 된다고 우리 재화를 팔아대면 집안은 거덜 나 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경제는 한진 사태의 영향을 점점 구경하게 될 것이다.

실로 한국은 컨테이너 정기선을 운영하고부터는 들어온 외화가 대외지출 금액을 상쇄해 국가 무역 수지를 좋게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 이것으로 비로소 대만을 추월할 수가 있었다. 해운산업은 한국의 5대 중추 산업이다. 우리의 산업은 인력과 경험을 무기로 성장했다.

4. 결론

그러나 익숙한 습관 못 버리는 것처럼 그 후에도 수없이 똑같은 잘못을 반복을 하는 게 우리 해양산업의 백태다.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성, 지혜가 없는 자들이다. 한진해운을 골로 보낼 때 필자는 마치 순종적인 우리 누렁소를 소장수가 대문 밖으로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출세를 마다하고 혼자 고향을 지키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누렁소가 그렇게 헤어지듯 말이다. 한진해운을 버린 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조리 ‘빗나간 그들의 주장’을 어떻게 또 믿으란 말인가?

차후 3년이 국제해운(정기선) 생사기로 시점인데 중요한 이슈인 선복도 증강도 못하게 3년을 기다리면서 동맹가입을 그때 가서 하도록 지연시켜놓고 내실 다지기에 몰두한다는 참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한다. 2M이 아무런 부담도 없이 현대상선을 크지 못하게 묶어 놓는 걸 돕는 꼴이 됐다.

지금까지 한 일이 잘된 것인지 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급하게 우리 해운이 처한 고약한 입장을 수정하기는커녕 국제시장에서 망신의 대상이 돼 심각한 국가 이미지 손상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걱정할 뿐이다.

우리 배가 없는데 무슨 해양 강국? 최소 100척의 컨테이너선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가. 이것이 지금 한국무역의 제1순위 정책인데. 그래야 흔들리는 외세 해운사와도 정면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우리만 묶어놓았다니.

예로부터 잔치 날마다 부르는 노래 “만경창파에 배 띄워 놓고 술 부어 보자”던 그 뱃노래처럼, 언제 준비를 하겠는가.

그 옛날 지독히도 가난한 시절 “산고동 마저 울어대는 이별 많은 인천항구” 그 부두에서 저 멀리 이민으로 보낸 하와이 브라질 파라과이 형제를 데리려 멋진 크루즈 선을 준비하지도 못한 채, 우리 조선·해운산업이 1등이네 뭐네 하며 온갖 선전(善戰)을 다 했지 않은가? 1등이라며 자랑하고 백성을 기만하고 그렇게 정치적으로 오만했으니 학자들까지도 전도된 결과 지금 해운산업이 어떠한가? 우리 실상을 바로 보고 뼈 속 깊이 반성하고 수정하며, 더욱더 겸허해야 기초부터 알찬 국가를 다시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 모두가 무슨 설계를 이 나라 미래를 위해 할지 필자는 모르겠다만 끝없이 영혼이 없는 짓만 하고, 사업체는 개미집같이 급조해 또 부수고. IMF 사태로, 그리고 KIKO로 모두 기반을 날려 버렸다. 물론 이끼 같은 중소기업들은 다시 기지개를 켠다. 그런데 걱정이다. 그 자리 벗어나면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부수며 밟고 또 반복할까봐 걱정이다. 지난날처럼 그들은 권위 때문에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백성이 살기 더 힘들어 한다. 금융정책에 전문성이 없는 것 아닌가? 왜 신뢰성이 더 떨어지는가?

눈물을 머금고 서울시내로 시위 나온 형제, 가족들을 보라. 모두 피로할 텐데 무슨 염원으로 저렇게 탄핵을 외치는지. 우리의 밝은 기상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의 국운융성은 한시가 급한 국정과제 일진데. 백년대개 국가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지성의 양심도 갖추지 못했으니 전체가 하층사회로 탄핵이 되어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기만사회에서 산다.

본질도 중요하지만 파생문제도 중요함을 알아야 할 텐데. 단순한 속결전법만 배워 경제정책을 1차원적으로 실행하니 이 나라 장구한 미래건설보다 오히려 급조행동에 쪼그라들어 가는 부산항 상황을 보면 그 파생되는 너울을 차차 알 수 있을 것이다. 항구의 위상, 공항의 위상이 바로 국민의 위상, 한국 시장경제의 위상임을 간파해야지. 이 경제 권력의 군상들은 이런 파생문제는 남 몰라라 하니 마치 아프리카 외인부대 주둔을 보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재차 반복한다. 해양 물류는 한민족의 유일한 탈출구다. “멋진 조선소를 갖고도 왜 해양강국을 못 만들었느냐”는 질책을 잘 들어라. 배를 만들고 운영할 사람들은 지천인데, 만경창파에 우리 배는 없다. 이 사람들아!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