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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한미약품의 반성문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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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2016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다사다난했던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한미약품일 것입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 및 늑장공시 논란을 겪었고, 사노피아벤티스와 사상 최대인 4조8000억원 규모로 맺은 계약이 일부 해지되거나 변경되는 등 난관이 잇따랐습니다. 2015년부터 연달아 다국적 제약사와 총 9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한미약품의 신화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미약품이 겪은 일들은 세계 제약산업에서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신약 개발은 금광이나 유전을 찾는 일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놀라고, 주주들은 분노했습니다. 제조업 기반의 성장을 경험한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오롯한 실패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미약품을 통해 신약 개발이 이토록 어렵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한미약품의 경험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약품은 30일 국민과 주주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미약품이 쓴 일종의 반성문입니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노력에 병행돼야 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에 소홀했다”며 “기술수출 계약 성사 이후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창출되는 기술료 계약의 의미와 위험에 대해 충실히 설명 드리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수준에 어울리는 기준을 갖추고 글로벌 신약 창출을 앞당겨 실현해 국민과 주주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신년 메시지 전문을 아래에 덧붙입니다. 새해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좋은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국민과 주주들께 드리는 신년 메시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한미약품을 아껴주시는 주주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보내고 희망의 2017년을 맞이했습니다. 새해 새 아침을 여는 닭의 홰치는 소리처럼 힘차고 경쾌한 웃음이 넘쳐나길 기원 드립니다.

2016년에는 '29분 늑장공시 의혹'으로 큰 물의를 빚고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R&D 노력에 병행돼야 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에 소홀했으며, 신약의 성격상 '라이선스 계약' 성사 이후 장기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창출되는 마일스톤 계약의 의미와 리스크에 대해 충실히 설명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미숙하고 부족했던 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2017년을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고, 더욱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제약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심기일전 하겠습니다. 좀 더 성숙한 자세, 세계 수준에 어울리는 기준을 갖추고 글로벌 신약 창출을 앞당겨 실현함으로써 국민과 주주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신약 개발은 험난한 길이므로 상황에 따라 일부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만, 한미약품은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라이선스 계약한 신약들 중 일부가 반환됐거나 변경됐지만, 나머지 신약들 개발에 집중해 꼭 상업화까지 성공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절반만 성공해도 매우 큰 성과라고 봅니다.

한미약품은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제약회사로 우뚝서, 세계적 제약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희망을 향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겠습니다. 신약강국의 큰 꿈은 그냥 꿈이 아닙니다. 한미약품이 이룰 수 있고, 기필코 이뤄야 할 지상 목표입니다.

새로운 희망의 2017년을 맞이해 아무쪼록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월 1일
한미약품 임직원 일동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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