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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한국기업 CEO는 글로벌한 중국인이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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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BCC 지사장) 11월말 기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마지막 날 상해중심가인 난징시루(南京西路)에 위치한 호텔에서 오전7시30분 차량 호출앱인 디디콰이디(滴滴快的 연간 호출건 1억4천만건 기록)를 통해 럭셔리 BMW 차량을 호출했다. 상해 홍차우 공항까지 걸린 시간은 단 25분. 한국도착까지 약 1시간 50분간 비행하였고, 김포공항에서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여 서울시내에 위치한 자택으로 도착한데 소요된 시간은 “Door to Door” 5시간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상해거리는 860km 즉, 제주도와 서울 거리의 2배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교역량은 1992년 미화 63.7억달러에 그쳤으나, 양국간 교역은 2015년 미화 2,273억달러로 탈바꿈했다. 가까운 거리 만큼 우리는 세계경제규모 2위, GDP 미화 15조달러의 이웃나라 중국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글로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the Wall Street Journal)의 모회사인 ‘다우존스’ (Dow Jones & Company) 에서 한국인 최초 법인 마케팅팀을 이끈 뒤 2014년부터 중국, 남미, 인도 및 동남아시아 투자타당성검토 및 현지시장전문조사기업(BCC)의 한국&홍콩지사 법인장으로 활동하며 중국을 느낀 점을 이 기회에 그대로 전하려고 한다.

필자는 대중 수출의 일등공신인 중국 주재원들뿐만 아니라 유수의 글로벌 톱 4 컨설팅회사 임직원들의 대중 사업과 관련된 고민거리를 듣고 있다. 상해, 베이징, 심천, 홍콩, 난징 등에 위치한 BCC 임직원들의 마케팅 직무교육도 필자의 몫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017년 취임 이후, 철저한 대미 보호무역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미국 재무부가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하기 위해 한중일 대만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한 달러를 선봉장으로 세운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큰 우려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사드” (Thaad) 배치가 중국과의 외교적인 마찰을 일으킨 이후 미중 간 고래싸움에서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인들은 한국을 이야기할 때 ‘라오펑유(老明友, 오랜 친구)'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한국 인구는 중국 인구 15억의 30분의 1에 불과한 5천만 명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멋진 화장품과 탄탄한 각본을 선두로 아시아 최고의 영화 및 드라마를 만드는 멋쟁이 나라로 보고 있다.

이런저런 복잡한 국면에서 한국과 중국 관계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중국은 젊고 젊은 중국인들의 체면소비는 늘어난다"

중국 명문대 출신 중국 대기업 신입의 현지 초봉은 한화로 약 1천5백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 젊은이들은 한 자녀 정책의 일환으로 4인의 양가 조부모들의 전폭적인 소비 지원을 받고 있으며, 90년대 2000년대 격동적인 중국경제성장으로 부를 쌓은 40대 및 50대 중국부모들은 ‘소마왕 (小魔王)’으로 불리우는 20대 중국인 자녀들의 소비에 기름을 부어주고 있다.

약 6억명의 실사용자를 보유한 중국모바일 메신저 웨이신 (微信 - Wechat)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은 한화로 1백만원이 넘는 아이폰을 구매하고, 30만원이 넘는 나이키 운동화를 주문하며, 고가의 일본산 시세이도 화장품을 티몰에서 구매한다(이들 20대 중국인들은 중국경제가 안정된 이후 태어났기에 지우링허우(九零後=90년대 출생자)로 불리운다).

지우링허우들은 약 1억7천만 명에 달하며, 체면을 중시여기는 중국특유의 관습과 맞물려 모바일 전자상거래를 통해 체면(面子 중국어로는 ‘mianzi’ 로 읽는다) 소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 유력 신문(La Tribune)은 중국 젊은이들이 스포츠카를 렌트하고 사치품을 구매하고 아파트를 공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검소하게 살고 비싸게 보이자”라는 중국 20대 소비자들의 신중국 문화소비는 문화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신체면문화를 대변한다.

"한류는 뜨겁고도 차갑다"

올해 초 한 한국 화장품 기업의 요청으로 ‘집단심층면접(FGI)을 진행하면서 90년대에 출생한 중국 상류층 젊은 여성들의 소비형태를 관찰할 수 있었다. 중국 여성들은 탁자 위에 놓인 한국상품을 면밀히 주시하고, 중국인 전문조사관의 안내에 따라 집단 심층면접에 응했다. 놀라운 사실은 약 1시간의 한국 화장품의 품평 기회를 가진 중국 여성들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한국 드라마 ‘태양의후예’ 주연 배우 송중기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화제거리로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글로벌 유료 언론검색 솔루션인 팩티바(Factiva)에서 지난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 간 한국기업과 한류스타 키워드를 분석했다. 예를 들면 北京现代(북경현대자동차) VS 太阳的后裔 (태후 - 태양의후예)를 비교했을때 현대자동차의 중국 유력매체 언론노출 기사는 2,674개에 불과했지만 '태양의후예' 주인공인 송중기는 11,760개의 기사가 언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드 배치 결정을 둘러싸고 중국의 한류 금지령 등 엄청난 반향이 일고 있다. 단지 한류연예인과 걸그룹이 수출의 선봉장이 되면 곤란하다. 세계 최고의 내수 시장인 중국에서 꼭 필요한 핵심 상품을 파는 것으로 전환돼야 할 시점이다. 마치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의 엔진은 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차적인 차량부품의 생산은 중국 현지 파트너에게 맡기듯이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중국화하여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자"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중국 고위층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오며 문화 및 정칙적인 교류를 지속해온 한 중국 외교통에 따르면, 다수의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시장은 크지만 우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2017년 사업계획이라기 보다는 추후 5년을 내다보고 있다’며 세계최고내수시장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 한류만을 수출할 것이아니라 중국인에 입맛에 맞는 한류를 가져가 중국형 한국상품을 만들어 중국뿐만아닌 세계적인 글로벌 신한류 상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철저한 현지 조사와 현지화가 필요하다. 중국사회 및 정부와 의 인맥구도, 해당산업내부의 평판, 경영 스타일, 기업 성격 및 의사결정 문화 비즈니스 이해 관계를 파악하고 해당산업의 공급사, 유통업자, 고객, 경쟁사 및 파트너를 시장진입 이전 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현지 생산 상품을 중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중국 지식이 전무한 한국인 임직원을 대충 낙하산 인사의 형태로 중국에 보낼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글로벌한 중국인 CEO를 찾아야 한다. 즉, 중국 주재 한국기업이 아닌 한류의 옷을 입힌 중국기업으로서 중국 현지를 공략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