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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고통받는 ‘국민의당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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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 최경환과 동명이인
구분 못하는 민원인 부지기수… 탄핵정국에 ‘문자폭탄’ 시달려

(임현우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 9일 오후 5시께.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는 ‘무거운 짐’을 덜어 한결 가벼워진 표정의 의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던 최경환(崔敬煥) 국민의당 의원(사진 왼쪽)이 기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투표장에 있는데 문자폭탄이 쏟아졌어요. ‘왜 투표 안 하고 가냐’ ‘정계 은퇴해라’ ‘다시 출마할 생각 없냐’… 지금도 계속 와요. ‘또 탄핵당하고 싶냐’고요.”

그와 동명이인인 최경환(崔炅煥) 새누리당 의원(사진 오른쪽)은 국회의원 300명 중 탄핵 표결에 유일하게 불참했는데, 애꿎은 ‘국민의당 최경환’에게 항의가 쏟아진 것이다. 국민의당 최 의원은 4·13 총선에서 광주 북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경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에게 가야 할 탄핵 동참 촉구 문자가 저에게 전국에서 오고 있다”며 “저는 그 최경환 의원이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탄핵에 동참하라고 꾸짖는 익명의 발신자에게 자초지종을 적어 답장을 보내면 ‘죄송합니다 ㅠㅠ’라는 문자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온 지 반년 남짓 된 그에게 동명이인으로 인한 에피소드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두 최경환 의원은 공교롭게도 의원실이 모두 의원회관 7층에 있어 민원인들이 잘못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새누리당 최 의원의 ‘인턴 채용 의혹’이 오르내리던 때에는 한 매체가 기사에 국민의당 최 의원 사진을 넣어 의원실이 발칵 뒤집히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당 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정통 야당 인사다. ‘친박 실세’ 새누리당 최 의원과는 지역적 기반도, 정치적 소신도 ‘극과 극’이다. 그는 이제 이런 일이 익숙해졌다며 어느 정도 체념한 듯 했지만 이날도 기자들에게 부탁에 또 부탁을 했다.

“언론인 여러분, 저 국민의당 최경환이고요, 투표 했고요, 인증샷도 찍어놨습니다. 이런 혼돈이 없도록 많이 좀 알려주세요.”

국민의당 최 의원은 최근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최경환은 최순실 게이트의 병신 5적”이라고 표현하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래서 네티즌들에게 “셀프 디스냐”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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