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투표장에 있는데 문자폭탄이 쏟아졌어요. ‘왜 투표 안 하고 가냐’ ‘정계 은퇴해라’ ‘다시 출마할 생각 없냐’… 지금도 계속 와요. ‘또 탄핵당하고 싶냐’고요.”
그와 동명이인인 최경환(崔炅煥) 새누리당 의원(사진 오른쪽)은 국회의원 300명 중 탄핵 표결에 유일하게 불참했는데, 애꿎은 ‘국민의당 최경환’에게 항의가 쏟아진 것이다. 국민의당 최 의원은 4·13 총선에서 광주 북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경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에게 가야 할 탄핵 동참 촉구 문자가 저에게 전국에서 오고 있다”며 “저는 그 최경환 의원이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탄핵에 동참하라고 꾸짖는 익명의 발신자에게 자초지종을 적어 답장을 보내면 ‘죄송합니다 ㅠㅠ’라는 문자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온 지 반년 남짓 된 그에게 동명이인으로 인한 에피소드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두 최경환 의원은 공교롭게도 의원실이 모두 의원회관 7층에 있어 민원인들이 잘못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새누리당 최 의원의 ‘인턴 채용 의혹’이 오르내리던 때에는 한 매체가 기사에 국민의당 최 의원 사진을 넣어 의원실이 발칵 뒤집히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당 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정통 야당 인사다. ‘친박 실세’ 새누리당 최 의원과는 지역적 기반도, 정치적 소신도 ‘극과 극’이다. 그는 이제 이런 일이 익숙해졌다며 어느 정도 체념한 듯 했지만 이날도 기자들에게 부탁에 또 부탁을 했다.
“언론인 여러분, 저 국민의당 최경환이고요, 투표 했고요, 인증샷도 찍어놨습니다. 이런 혼돈이 없도록 많이 좀 알려주세요.”
국민의당 최 의원은 최근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최경환은 최순실 게이트의 병신 5적”이라고 표현하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래서 네티즌들에게 “셀프 디스냐”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끝) /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