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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광팬' 수능 만점자가 I.O.I 노래 즐겨 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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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전달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이 들썩였습니다. 수능과 은행의 연관성이 딱 떠오르진 않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국민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김진영 브랜드전략부 팀장 때문입니다.

올해 수능은 최근 6년 중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매년 적게는 십 수 명에서 많게는 수 십 명씩 만점자가 나왔지만 올해는 세 명에 불과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문계 만점자 중 한 명인 용인한국외대부고(외대부고) 김재경(18)양이 바로 김 팀장의 외딸입니다. 하루 종일 지인들의 축하 인사를 받느라 김 팀장은 업무를 보는 것조차 어려웠죠. 그러면서도 “늘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은행의 광고와 마케팅 등을 맡고 있는 김 팀장은 주말도 없이 은행 업무에 매달려 있고, 감정평가사인 김 팀장의 아내 조혜영씨 역시 집안 일에 주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여느 맞벌이 가정처럼 김양은 어린 시절 이모의 손에서 자라다시피 했습니다. 김양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탓에 수험 기간 내내 제대로 챙겨준 것도 없다는 게 김 팀장의 얘기입니다.

김양은 학원까지 이동하는 시간조차 너무 아깝다면서 스스로 공부를 해왔다네요.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교사와 수시로 소통하는 식으로 해결했고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인 수험 시절에도 아이돌그룹 빅뱅의 콘서트는 빠짐 없이 챙길 정도로 김양은 빅뱅의 열혈 팬이었다고 합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 8월에도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찾았다고 합니다. “10주년 기념 콘서트는 자주 경험하기 어려운 의미가 큰 행사”라는 이유에서였답니다.

이렇게 빅뱅의 열혈 팬인 김양이지만 수능을 앞두고 즐겨 들었던 음악은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노래였다고 합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을 발굴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인 엠넷(Mnet)의 ‘프로듀스 101’을 통해 결성됐을 당시부터 좋아한 걸그룹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버지인 김 팀장의 영향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국민은행 안팎의 얘기입니다. I.O.I는 국민은행의 광고 모델입니다. 국민은행이 지난 6월 출시한 모바일 플랫폼 ‘리브’의 홍보 활동 등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I.O.I가 국민은행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갓 데뷔한 신인 걸그룹인 데다 시한부로 활동하는 게 괜찮겠느냐’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20대를 겨냥해 국민은행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각종 금융상품·서비스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죠.

주변의 우려에도 I.O.I를 강력 추천하고 실제 업무를 추진했던 사람이 김 팀장이었습니다. 김 팀장은 광고업계에서 인지도가 그리 높은 않은 광고 모델을 먼저 발탁해 ‘성장 효과’를 함께 누리는 마케팅 전략으로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I.O.I뿐 아니라 ‘피겨 여왕’ 김연아와 가수 이승기 역시 일찌감치 이들의 스타성을 눈 여겨 본 김 팀장에 의해 인지도가 치솟기 전 국민은행의 광고 모델이 된 경우랍니다. 김양은 가끔 김 팀장에게 ‘혹시 은행 행사에 I.O.I가 오면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부탁했다는 전언입니다.

김양은 현재 서울대 경제학과 수시전형에 지원해 오는 16일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래에 경제학자가 되거나 경제정책을 다루는 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아 고교 시절에도 경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경제신문을 읽었다고 합니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목표와 꿈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게 김양이 I.O.I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네요.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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