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그나마 은행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건 바로 인프라(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 투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 1조달러(약 1170조원)를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세금을 낮춰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천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금융 주선 등 업무와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계산입니다.
최근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중심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로는 더 이상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져서죠. IB 업무를 통해 비(非)이자이익을 늘리는 것이 최대 화두가 된 겁니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투자는 대표적인 IB 업무 중 하나고요.
이 밖에 국제금융, 인수합병(M&A) 관련 인수금융, 주식과 채권 발행 주관 업무 등도 있습니다. 사실 은행 각 부서 중에서 일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부서는 IB 관련 부서입니다. 여·수신 등 일반적인 은행 업무와 달리 리스크가 크고 고도의 금융지식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일인당 수익성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먹거리가 줄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M&A가 줄어 인수금융 기회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은행들에 쏠쏠한 수익이 되던 선박금융도 조선·해양 업황이 나빠지면서 눈에 띄게 줄었고요. 여기에 IB를 강화하려는 후발 은행들이 시장에서 수수료 인하 등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경쟁은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각 은행은 트럼프발(發) 인프라 특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겁니다.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주요 은행 중 인프라 투자에 있어 선두주자로 꼽히는 곳은 국민은행입니다. 국내에서 시장을 주도해온 국민은행은 내년엔 좀 더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프라 투자를 이끌 예정입니다.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글로벌 인프라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방침이고요.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이 국내 은행들의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