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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은 대통령, 노화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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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김용준 기자) 샤워를 하다 갑자기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떠올렸다. 사람은 왜 늙고, 왜 죽을까. 그는 왜 55년밖에 못 살았을까.

노화와 죽음에 대해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런 해석을 내놓는다. "초기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유전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면, 이른 죽음의 원인이 되는 발현 유전자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쉽게 말하면 이런 내용이다. 젊은 시절 너무 많은 승부를 벌이고,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좋은 지위를 차지한 것이 죽음을 앞당길 수 있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빨리 죽도록 설계돼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번식을 위해 끊임없는 승부와 모험을 하며 에너지를 써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긴 이유다.

이 논리를 스티브 잡스에 대입하면 딱 맞아 떨어진다. 그는 젊은 시절 방황하며 에너지를 썼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존재에 대한 회의 등이 그를 마약의 길로 이끌었다. 사업을 시작한 후,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인생 전체가 피말리는 승부의 연속이었다. 매킨토시를 개발해 빅 브라더 IBM에 도전했다. 성공도 잠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다. 픽사를 세워 재기한 후, 애플로 돌아와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세상을 바꾼 아이폰을 만들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였던 모토롤라와 노키아란 브랜드를 역사 속으로 보냈다. 그의 삶에 노화 이론을 적용하면 55세에 죽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55년의 인생이 모조리 승부 그 자체였다는 점에서.

최근 화제가 된 또다른 노화 관련 사진은 버락 오바마의 늙은 얼굴이다. 8년새 폭삭 늙었다. 그의 대통령 임기 8년은 전쟁과 같았다.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는 금융위기와 싸웠다. 금융위기를 몰고 온 법안을 손보기 위해 월가와의 전면전도 피하지 않았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의료보험을 도입하려고 수많은 반대파들과 전쟁같은 논란을 치렀다. 빈라덴을 사살한 것도 그다. 8년만에 청년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그의 얼굴에는 노년의 모습이 어른 거리기 시작했다. 미국을 위한 승부가 가져다 준 훈장과 비슷하다. 오바마 임기말 미국경기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의 노력에 지지율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57%란 높은 지지율이 그것이다.

한국 대통령의 얼굴은 임기 첫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얼굴에 무언가를 잔뜩 집어넣어 부풀어 오른 것만 빼고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가 4년간 벌였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썼던 승부는 ‘노화와의 전쟁’이 아니었을까. 이상한 주사제를 청와대로 마구 사들인 것을 보면서 확신이 섰다. 나라는 최순실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그의 이런 노력에 답했다. 200만 촛불과 4%의 지지율로. (끝) /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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