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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는 직업인 시인은 뭘로 먹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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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문화부 기자) 세상에는 ‘돈 되는 직업’도 있고 ‘돈 안 되는 직업’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돈 안 되는 직업’인 시인은 뭐로 먹고 살까요?

‘아무리 유명해도 시만 써서 먹고 살기는 힘들다’는 게 문단의 중론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인은 시집이 팔리면 책값의 10%를 인세로 받습니다. 8000원짜리 시집이 1만권 팔리면 800만원을 받는 거지요.

4개월마다 한 권씩 시집을 내는 시인이 매번 이만큼씩 판다고 가정해봅시다(실제로는 이렇게 자주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달에 200만원씩 인세 수입이 들어오겠지요. 많지는 않지만 나름 먹고 살 수는 있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시집이 만 권 팔리는 시인이 가뭄에 콩나듯 한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시집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도 수십권 시집을 내야 1만권 이상 팔리는 시집이 한 권 나옵니다. 한 시인은 “인세로는 한달에 100만원을 벌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인은 주로 대학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문학 강의를 해서 부족한 수입을 채웁니다. 서희원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가장 주된 수입은 시집 판매 인세가 아니라 강의”라고 말했습니다. 문예지에서 청탁 받아 산문이나 기사를 써주고 원고료를 받기도 합니다. 문단에는 각종 협회가 많은데 여기서 보직을 맡아 수당을 받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문단 활동과는 별도로 사업을 해서 성공해 돈을 많이 번 시인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교수직입니다. 문학을 꾸준히 하면서도 생계를 꾸리는데 모자람이 없는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시인 입장에서 이 또한 손해보는 바가 있다는 애기도 나옵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한 황동규 시인의 말입니다. “교수를 할 때보다 2003년 정년퇴임한 뒤에 시가 더 잘 써졌다. 대학 교수는 시인들의 무덤이다. 시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인데 교수의 경험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걸로 가득 차 있다. 그 경험과 싸워야만 교수를 하면서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끝) /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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