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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먹은 사람(힐러리), 해 먹을 사람(쿠슈너), 상관없는 사람(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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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국제부 기자) 미국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5·장녀 아반카 트럼의 남편)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트럼프 당선자를 대선 초기부터 지원해 온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인수위원장에서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밀쳐내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더니 지금은 국가 기밀 정보를 전달받는 ‘대통령 일일 브리핑’까지 받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과거 검사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인 쿠슈너의 아버지를 기소해 구속시킨 인물입니다. 지금은 트럼프의 세 자녀와 함께 인수위 집행위원(집행위원은 모두 16명)으로 일하고 있는데 비서실장 기용설까지 나옵니다.

트럼프의 ‘눈과 귀’라는 평가를 받는 쿠슈너가 장인인 트럼프의 정부 운영에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미국에는 친족등용금지법이라는 이름의 법률이 있습니다. 공무원의 친족등용금지 내용은 미국 연방법 가운데 다섯 번째인 정부조직법에 담겨 있지요. 정부조직법 제 3장 공무원의 고용을 살펴볼까요. 임용과 임용유지(B절)의 31장(임용을 위한 권한)에서 1조(임용권)를 찾아보겠습니다. 임용권은 3101조에서 3114조까지입니다. 이 가운데 3110조는 친인척의 고용 및 제한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족등용금지법의 시작은 용어 설명입니다. 정부기관은 책임집행기관과 행정부와 사법부 및 산하 청, 실, 국 등입니다. 특별행정구역인 워싱턴DC의 행정조직도 포함됩니다. 공무원이라 함은 대통령과 의원, 경호 관련 인력과 법에 따라 고용된 인원으로 정부기관에서 당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중요한 개념은 친척입니다. 법에서 친인척은 공무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부모의 형제자매, 사촌, 남편, 아내, 장인 장모, 사위, 며느리, 처형, 처제, 처남 등이고 심지어 의붓부모, 의붓자녀, 의붓형제자매, 이복형제자매까지 포함됩니다. 광범위하네요. 미국의 친족등용금지법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의 동생을 법무장관에 앉히면서 재정됐습니다. 대통령의 식구가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지요.

이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사위가 적용되는가입니다. 내각에서는 확실히 안되네요. 쿠슈너는 친족에 포함되고 행정부와 사법부 어느 쪽에서도 일 할 수 없다고 돼 있으니까요. 백악관 비서실장은 어떨까요. 대통령의 참모가 일하는 백악관은 친족등용금지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사례도 있습니다.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아내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료보험개혁 특별위원회의 대표로 활동했습니다. 반대가 너무 거세서 힐러리의 개혁안은 좌초됐습니다만…. 1993년 연방항소법원은 힐러리가 친족등용금지법을 어겼는지 판결했습니다. 중요한 결론 가운데 하나는 힐러리가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의 논리는 “내각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이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배우자는 대통령의 의무를 돕는 행위를 할 수 있다”였습니다. 결국 엄격한 의미의 백악관 직원은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 쿠슈너도 백악관에서 비서실장은 물론 핵심 직책 하나 가져도 무방한 것입니다.

참고로 친족등용금지법에서는 이 법을 위반해서 임명·고용·승진된 친척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친족등용금지법이 자격을 갖춘 인사의 지명을 가로막는 식으로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고 첨언했고 인사처는 국가재난이나 유례없는 사건이 벌어져 이 법의 예외가 필요한 내용을 규정하도록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안 써도 되는 얘기지만 왠지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친족등용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친족등용금지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불미스런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요. (끝)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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