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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없는 두피에 모낭 심는 탈모치료용 자동소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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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스트레스와 유전적 요인으로 탈모를 고민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9년 18만명에서 지난해 2015년 23만명으로 늘었다. 조금씩 머리카락이 빠져서 고민하는 인구도 1000만명에 이른다.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를 고민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을 값싸고 빠르게 다시 심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경권연구센터 연구진은 사람 머리 두피에 한 번에 25개 모낭(두피 아래 모근을 싸고 털의 영양을 맡아보는 주머니)을 동시에 심는 자동식모기(植毛機)를 개발하고 환자 8명의 임상시험을 마쳤다고 16일 발표했다. 이 식모기는 시간당 1000모의 모낭을 심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탈모 현상은 머리카락의 뿌리인 모낭이 약해지면서 작은 자극에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이다. 약해진 모낭에서는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도 금방 빠지거나 아예 자라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탈모 환자들은 약물치료를 받거나 자신의 뒷머리 두피에서 모낭을 추출해 다시 심는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의 탈모 치료 수술은 뒷머리 두피 일부를 잘라 일일이 이식하는 방식이어서 2000모를 이식하는데 평균 4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300만~500만원이 드는 등 단점이 있다. 의사 역시 수술 과정에서 팔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는 거리만 1㎞에 이르는 등 피로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ETRI연구진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와 의료업체 덴티스 등과 손을 잡고 수술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수술 의사의 팔 움직임도 10분의 1로 줄인 자동 식모기를 개발했다. 지름 0.8㎜인 바늘 25개가 연속적으로 두피에 모낭을 심는 방식이다. 바늘구멍에 들어 있던 모낭을 심으면 그보다 더 지름이 작은 0.6㎜인 봉이 모낭이 다시 빠지지 않게 다진다. 마치 자동소총이 탄창에서 총알을 꺼내 연속적으로 발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핵심은 환자 머리에 모낭을 심는 바늘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모낭을 순차적으로 심으려면 바늘이 제 위치에 모낭을 심고 다음 자리로 옮기는 동작이 오차 없이 딱딱 맞아야 한다. 연구진은 “수동 식모기의 경우 모낭 하나를 심을 때 7.2초가 걸리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그 절반인 3.6초에 그친다”고 말했다. 채취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낭의 낭비도 줄였다. 연구진은 두피에서 채취한 모낭의 90%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TRI 측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는 데 이어 임상시험윤리위원회를 받고 경북대병원에서 5명, 단국대 병원에서 3명의 임상 시험을 마쳤다. 연구진은 자동 모식기 장비 가격을 2000만원 선, 시술 비용은 기존 수술비의 절반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끝)/kunt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