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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르크(추미애)'의 미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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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하이힐은 고사하고 굽이 있는 구두도 신지 못한다. 이제 58세인 그는 10여년전 무릎연골을 심하게 다쳐 앉고 서는 것 조차 불편해 한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후 쪼개진 민주당에 남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가담한 ‘꼬리표’는 추대표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외상을 남겼다.(추대표는 탄핵역풍이 불어 17대 총선에서 낙선한후 사흘동안 13km에 달하는 사죄의 삼보일배 일정을 강행한후 무릎연골과 요통 등 지병을 얻었다)

당 일각에서는 헌정사상 최악의 국정농단의 책임이 최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옮겨붙은 여론흐름을 읽지 못한채 추대표가 대통령 2선퇴진이란 ‘어정쩡한’ 스탠스를 고수했던 것은 과거 ‘탄핵역풍’의 트라우마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추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후보의 유세단장을 맡아 지역감정과 맞서 대구 등 영남지역에서 맹활약하며 ‘잔다르크’에 빗대 ‘추다르크’란 별명을 얻었다)

추 대표는 지난 15일 박 대통령에게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대통령이 자신퇴진할 가능성이 제로(0)인 상황에서 ‘뒷북’ 영수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결국 영수회담은 14시간만에 취소됐다. 제1야당 대표의 신뢰와 리더십은 땅에 떨어졌다.

야권공조를 깰만한 명분도 없고, 100만 촛불민심을 확인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회담을 제안한 타이밍도 최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당내 소통을 거치지 않은 독단적 결정에 ‘박근혜 코스프레'한다는 힐난이 쏟아졌다.

추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종걸 김상곤 당대표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득표율은 54.03%에 달했다.탄핵을 주도했다는 당내 친노(친노무현)계의 면죄부를 받아든 순간이었다. 추 대표는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와 친문(친문재인)계의 몰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당내 비주류는 추 대표에게 ‘친문'이란 새로운 꼬리표를 붙였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추 대표의 역할은 공정한 경선룰을 만들어 정권교체의 최적임자를 뽑는 것이다. ‘친문'꼬리표가 붙은 그로선 ‘오이밭에서 갓끈도 고쳐쓰지 말아야 할'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추 대표는 취임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지난 4.30총선에서 호남민심의 심판을 받은 당 대표의 안이한 상황인식에 당 안팎의 비난이 빗발쳤다.예방은 ‘없던일’이 됐다. 그는 “전 전 대통령에게 광주시민에게 사과를 받으려 했다"고 해명했으나 야당 지지자와 광주민심은 싸늘하게 변했다.

자기 정치색깔을 분명히 냈던 과거 ‘추다르크'와 당내 친문계의 기대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게 잇딴 실책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도 마찬가지다. 추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청와대에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긴급회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과의 담판을 결정하기에 앞서 정치적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야와 탄핵 등 대통령 퇴진촉구의 흐름을 좆지 못한채 ‘2선퇴진’에 포획된 민주당의 대표로서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만한 극적 계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담판을 통해 대통령이 거부하면 강도높은 퇴진운동으로 방향을 틀 명분이 생길 것이란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의 정치적 셈법과 달리 “순서가 바뀌었다"는게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의 의견이다. ‘대통령 퇴진’이란 당론부터 확정한후 대통령과 담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대표의 단독플레이는 오히려 “문재인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그간 의혹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까지 거대중립내각 등으로 하야 탄핵을 주장하는 여타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왔었다. 문 전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입장을 바꿔 조건없는 대통령 퇴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 대통령의 결단여부에 상관없이 대선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질서있는 퇴진'을 비롯해 정치권이 논의선상에 올린 그 어떤 수습책도 조기 대선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몇차례 판단착오로 추 대표의 리더십은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여당이 제구실 못하는 정국을 수습하고,앞으로 대선을 치러내야 할 제1야당 수장의 리더십은 더 큰 시험대에 올랐다. (끝) /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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