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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딸' 이소은 변호사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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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내면의 끌림을 쫓아가라. 불확실성이 기회를 잡아줄 것이다.”

아이돌 가수에서 미국 변호사로, 다시 국제중재 전문가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이소은 씨가 젊은이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이씨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KOTRA가 유학생과 현지교포를 위해 연 ‘K무브 취업상담회 ’에서 강사로 나왔다.

그는 “최근 인터넷에서 ‘꿈과 열정을 가져라’라는 말이 젊은 사람에게 최악의 조언이라는 글을 읽었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정’이라는 단어가 스펙이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였다. 이씨는 “한 외국계 기업의 고위 임원은 신입사원의 자기소개소에서 열정이라는 단어를 보면 더 이상 읽지 않는다는 얘기를 친구로부터 들었다”며 “열정과 꿈은 재능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을 포장하는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내면의 끌림을 찾아가보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중학교 2학년 때 EBS(교육방송)에서 개최한 청소년 창작가요제 공고를 보고 카세트테이프에 자신이 준비한 곡을 녹음해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공연과 방송, 뮤지컬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8년 앨범 ‘소녀’로 데뷔해 ‘서방님’ ‘오래오래’ ‘기적’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성공적인 가수의 길을 걸었다.

이씨는 “음악을 열정적으로 사랑한다고 해서 모두가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열정만으로는 자신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끌림은 잠재적이고 내면적이어서 포착하기 어렵지만 본성에 가까워 자유와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무엇보다 자신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업 창업가나 오디션 스타처럼 최근 화제가 되는 모든 성공 스토리의 이면에는 좌절을 딛고 일어선 경험이 숨어있다며 이들을 열정으로 이끈 에너지가 바로 내면의 끌림이라는 설명이다.

그 역시 연예계 밖의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내면의 호기심과 목마름을 쫓아 음악활동을 접고 200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씨는 이후 3년만에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국제 중재모의재판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해 뉴욕의 한 로펌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에서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끌림에는 열정과 달리 불확실성이라는 요소가 있다“며 “자신도 가수생활을 할 당시에도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로스쿨에 입학할 당시에도 법조인이 되려고 한 게 아니라 경험과 시야를 넓히기 바랬던 만큼 졸업을 앞두고 무엇을 할 것인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면의 끌림에 이끌려 가더라도 길을 잃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며 “항상 비바람을 맞듯이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주어진 일만 한다고 커리어가 쌓이지 않듯이 자기성찰과 주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끌림이 있으면 항상 시도를 하는 편”이라며 “변호사로 있으면서도 미국 3대 뉴스채널 사이트의 특파원·작가 채용 공고를 보고 프로그램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한 스타트업의 웹사이트에서 변호사를 뽑길래 재미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서를 보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이러한 시도가 비록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자격이 없더라도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장가능성을 배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면의 끌림을 쫓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며 “성사될 가능성은 1%에 불과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할 확률은 100%”라며 말을 맺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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