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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협상이 북한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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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비군사적 조치로는 역대 최강이라는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까. 또 이달중 나올 추가제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태도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한국만큼이나 북한 핵무기 개발에 민감한 이스라엘의 분석은 “노(No)”다.

미국 유대인위원회(AJC)의 데이비드 해리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란 핵협상이 북한에 주는 교훈은 ‘결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CEO는 2일(현지시간) AJC 본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와 만난 최근 방한 결과를 설명한 자리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AJC는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더불어 미국서 이스라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적 민간조직이다. 지난해 7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짓자 협상 실무를 총괄했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포함한 23일간의 검토결과 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CEO는 “이란 핵협상은 제재해제와 핵무기 포기를 교환한 것이 아니라 제재해제와 핵개발 연기를 바꾼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당시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체재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보다 성공적으로 이끌었을 것”이라며 “당시 이란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란 핵협상의 성공여부는 10년뒤에나 판명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해리스 CEO는 이란 핵협상 결과와 함께 리비아, 우크라이나 사례를 들며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리비아 가다피 정권은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면서 제거됐으며, 우크라이나도 1994년 ‘부다페스트 메모랜덤’으로 핵무기를 포기한 결과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1994년 우크라이라는 미국, 영국, 러시아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이들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 합의는 말 그대로 종이조각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을 본 북한으로서는 “핵을 포기하는 것은 미친 짓이며, 핵을 포기하는 순간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이라는 확실한 교훈을 얻게 됐다”고 해리스 CEO는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제재와 대화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답은 없으며, 그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가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고 설명이다.

AJC가 북핵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란과의 커넥션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은 이스라엘로서도 잠재적 위협이 된다는 설명이다. AJC는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기구다. 미국 주요 22개 도시와 해외 10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다. 33개 국제단체와는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현대정책연구원은 공식 파트너는 아니지만, 밀접한 교류관계를 갖고 있다.

AJC의 연간 예산은 5000만달러. 이스라엘을 포함, 그 어떤 정부의 지원도 받지 않고 있으며, 개인회원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운용된다. AJC의 활동반경은 조지 해리스 CEO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만난 인사들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해리스는 청와대를 방문,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을 만났고, 방미중인 윤병세 장관을 대신해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도 면담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도 만나 남북관계와 아시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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