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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예측한 '뿌리 뇌' 가설 규명방법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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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국내 연구진이 흙에서 미생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식물 뿌리가 햇빛까지 감지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잎에서 흡수된 빛이 광섬유와 비슷한 물리 구조를 가지는 관다발을 통해 직접 지하의 뿌리까지 전달된다는 내용이다. 150년전 찰스 다윈이 예언한 식물 뿌리가 뇌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입증할 획기적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시그널링은 박충모 서울대 화학과 교수(사진) 연구진이 식물 뿌리가 잎에서 흡수한 햇빛 정보를 수집해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 생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2일자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식물의 뿌리는 식물을 지지하고 식물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과 양분을 흡수하며 토양 환경을 모니터링 하는 필수적인 식물 기관로 알려져 왔다. 빛을 흡수해 산소를 내뱉고 공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광합성 활동은 잎에서나 일어난다는게 과학계 정설이다. 반면 흙속의 뿌리는 햇빛을 직접 인지하지 않고 잎이 받는 빛신호에 따라 수동적 역할을 한다고만 알려졌다.

박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잎이 흡수한 빛이 마치 광통신망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듯 관다발을 통해 직접 뿌리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뿌리로 전달된 빛은 피토크롬이라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뿌리의 생장과 발달을 촉진하고, 잎과 줄기 생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 뿌리가 빛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 환경정보를 받아들이고 반응한다는 점에서 매우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식물 뿌리가 영양분과 물을 흡수하는 통로 외에 더 복잡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오래전부터 내놨다. 식물 뿌리는 모든 토양 환경신호를 받아들임으로써 병균, 가뭄, 염분 등의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증진하고 식물의 생존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화론 주창자인 찰스 다윈은 식물도 동물처럼 두뇌 활동을 하며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 ‘뿌리-뇌(root-brain)’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식물 뿌리가 빛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적절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뿌리 뇌 가설의 타당성 검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뿌리의 빛 인지 능력을 증진시켜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농작물 신품종 개발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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