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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칼리귤라와 네로, 방탕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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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로마는 이제 국제도시가 되었다. 그것은 제국의 쓰레기로 넘쳐흐르는 장소가 되었고 성의 방종에서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곳이 되었다. 기원전 1세기가 되었을 때 로마는 이미 역사상 성풍속에서만큼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최고의 봉우리에 올랐다고 당대를 살았던 시인들이 쓸 정도였다.

이미 방탕의 그리스와 그리스의 코린트마저 점령해버린 로마는 코린트에서 1천여명이 넘는 창녀들을 로마로 데려왔다. 그들은 그들과 다른 자들을 정복했지만 정복지로부터는 몹쓸 것들을 들여왔다. 최고봉은 역시 갈리귤라며 네로였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비난과 조소를 퍼부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인간 야수성의 상징이요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치졸한 악행들을 거듭했다.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를 지독히 더럽다고 여기는 자들은 갈리귤라와 네로에 대해 말하면 구역질을 내게 된다. 연산군의 악행에 대해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정도는 오히려 약과였다.

갈리귤라는 누이란 누이는 모두 침실로 끌어들였고 여자란 여자는 모두 간음했다. 더욱이 목을 댕겅댕겅 잘랐고 스스로를 남신이자 여신이라고 생각했다. 정신병자요 병약한 자였다.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갔다가 신부를 보고 뺏어 가고 귀부인과 그녀의 남편을 식사에 초대해 그 자리에서 강제로 섹스파티를 벌이곤 했다. 그리고는 그 여인의 장단점을 식탁에서 품평하기도 했다는 것이니 정신병도 어지간한 병세가 아닌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20세기에 와서야 음란 비디오로 재연되는 방탕의 고전이요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신이 나약했기에 스스로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더욱 악행을 벌였다. 로마에서는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니 자연스런 결론의 하나는 동성연애였다.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스스로 지어내고 또 그대로 실행했다. 갈리귤라는 키가 크고 온몸이 털투성이였으며 대머리에다 매우 비만이었던 것으로 야사는 전하고 있다.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흉내내기를 즐겼으나 간질발작을 일으키고 때로는 무력증에 휩싸여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그런 인격이었다. 여러번 결혼하고 여자란 여자는 모두 건드렸다. 한마디로 괴물이었다.

무엇보다 혈통이 나빴다. 피는 섞였고 섞일수록 썩은 피가 흘렀다. 가족간 근친 결혼의 습속은 이런 종류의 인간들을 양산했다. 오늘 한사람 황제의 아내를 다음 황제가 다시 침실로 끌어들이는 일이 흔했다. 갈리귤라의 방탕 악행은 네로로 연결되면서 극악무도의 극에 달했고 역사책은 이들 외에 더 이상 이들을 능가하는 자들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 역사는 아직 그런 종류의 방탕까지 용서되는 사회조직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복잡미묘한 마음속에 자리한 모든 악행의 기념비적 존재가 바로 이들이다. 선악을 고루 가지고 성의 즐거움과 두려움을 두루 가지고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이들은 오직 그 한쪽만을 가진 자들이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