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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로마에선 '국가적 산업'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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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매춘부를 가리키는 프로스티튜트라는 영어는 프로스티투테라는 로마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말은 원래 「진열한다 또는 전시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언젠가 친구로부터 어린 시절의 얘기를 들었는데 「청량리 588(정확히는 청량리가 아니라 전농동 588번지다)」의 붉은 등을 켜놓은 거리가 거의 중학생이 다 될 때까지는 쇠고기를 파는 푸줏간인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네덜란드는 홍등가로도 유명하고 섹스산업으로도 유명하지만 역시 레드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달고 버젓이 홍등을 켜놓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레드 스트리트에는 우리나라 청량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유리창 뒤로 붉은 전등을 켜놓은 채 여인들이 그 아래 요상한 자세로 앉아 몸을 흔들면서 남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홍등가는 여행산업과 관광업의 주요한 코스로 되어있어 이 나라의 국적 항공사들은 가격도 저렴하지만 암스테르담에서 하루를 숙박할 수 있는 무료 호텔이용권을 주면서까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물론 호텔방에는 에스코트 걸에서부터 마사지까지 섹스산업의 다양한 서비스를 권하는 전화번호부가 탁자 위에 놓여있어 여행객들은 결국 싼 비행기표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야 마는 것이다. 유명한 섹스박물관 역시 입장료를 받아 수입을 올리는 외에 섹스 산업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로마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창가의 풍경은 놀랍게도 2천년전 로마와 오늘이 거의 차이가 없다. 창가의 품계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었지만 손님들은 어둡고 냄새나는 쪽방에 안내되어 동물적 본능을 푼다. 여인들은 단시간에 일을 끝내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음 손님을 기다리게 된다.

우리나라 장안평의 풍경 역시 오래 전 로마시대부터 내려왔던 전통으로부터 한걸음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본능이 동일하듯이 유곽과 매춘부들이 보여주는 갖가지 광경들도 시공을 초월해 매한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안평이 자랑하는 이발소 매춘은 동남아뿐만 아니라 사실은 저 멀리 로마에서도 유행한 한물간 매춘에 지나지 않는다. 개는 서면 달리고 앉으면 세운다는 농담이 있지만 이발소 의자와 매춘을 위한 침대는 사실상 어느 시기에는 비슷한 역할을 해냈던 것이다.

로마의 유곽을 묘사한 글들을 보면 창가의 방 입구에는 손님을 맞는 여인의 이름이 팻말로 걸려있고 방안에는 침대와 깔개 램프가 놓여있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돼 있었다. 이들 방은 겔라라고 불렸는데 방의 크기가 작은 것은 아마 우리나라 싸구려창가 수준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로마시대 후기에는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공창만도 45개에 달했고 유명한 폼페이에만도 7개소의 대형 사창가가 있었다는 것이니 로마의 매춘업은 가히 국가적인 산업이기도 했던 것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