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브라질 밀림에 사는 카푸친 원숭이가 돌을 깨서 망치를 만드는 모습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대, 브라질 상파울루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브라질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에 사는 카푸친원숭이들이 구석기인처럼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20일자에 발표했다.
남미 정글에 주로 사는 카푸친원숭이는 작은 얼굴에 긴 팔다리, 턱에 난 수염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브라질 동부 피아우이주(州)의 카피바라 산지 일대의 면적 약 1000㎢에 이르는 산악지대에 자리하는 세라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에 사는 카푸친 원숭이들을 관찰하던 도중 이들이 규암처럼 단단한 돌을 골라 다른 돌을 내리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숭이들이 돌을 내려쳐 조각낸 돌에선 초기 원시 인류가 만든 석기처럼 한쪽에 날카로운 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원숭이들은 심지어 자신의 도구를 동료에게 과시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의 이런 행동은 인간이 도구를 만드는 행동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은 “카푸친 원숭이가 만든 석기는 인류가 만든 초기 단계인 ‘외날도끼’ 또는 ‘외날찍개’라고 불리는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스라엘 하이파대 연구진은 영장류 일종인 보노보에게 석기를 제작하는 훈련을 시킨 결과 약 170만년전 초기 원시인류가 만들었던 도구와 유사한 수준의 석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는 훈련을 시킨 결과이지 자연상태에서 이런 능력을 발휘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이 도구를 만들뿐 이를 사용하거나 본격적으로 생산하려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냈다. 따라서 인류 진화 과정에서 ‘호미니드(사람과 관련된 모든 영장류를 지칭)’가 생산한 도구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를 통해 반드시 도구를 만드는데 사람의 손이나 뇌가 필요하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토머스 프로핏 옥스퍼드대 교수는 “도구를 만드는데는 어느 정도 지능과 물리적 기술이 필요한지 연구를 더 해봐야 한다”고 했다.(끝)/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