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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입는다고 혁신 아냐" 신학철 3M 부회장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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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제 밑에 약 9만명이 있습니다. 이들 중 비정규직이 2만6009명입니다. 사람을 바꾸면 비즈니스가 확 달라집니다.”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은 40분간의 짧은 강연에서 “리더, 의사결정권자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달라진다”며 “혁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리더의 교체가 사업의 변곡점”이라며 “3M의 역사에서 숱한 사례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한국3M에 입사해 미국 본사의 수석 부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1902년 설립돼 114년 전통을 자랑하는 3M은 미국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신 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미한국상공회의소(코참·KOCHAM) 연례포럼 강연에서 “한국 기업의 과거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강력한 리더십하에서 가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100년 기업’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반바지 입는다고 혁신 아냐…성장의 조급증 버려야”

신 부회장은 한국기업의 혁신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과거 수십년간 지속된 ‘패스트 팔로어’ 체제의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기업의 ‘따라하기’전략은 강한 리더십이 필요했고,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이러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바지를 입고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해서 혁신이 되지는 않는다”며 “체질 개선은 10년, 2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내를 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에 대한 조급증’도 경계했다. 실적주의로 인한 부실 문제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폭스바겐의 예를 들며 “미국 시장서 디젤자동차 점유율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맞춰놓고 드라이브를 걸면서 현장에서는 비윤리적인 방법을 쓰게 된다”고 비판했다.

◆CEO는 시간의 50%를 고객과 보내야

신 부회장은 “의사결정권자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된다”며 “32년간 수많은 기업과 고객을 만나본 결과”라고 말했다. 자신을 예로 들며 “경영진은 시간의 50%를 고객과 보내야 한다”며 “나머지 절반 중 25%를 ‘사람’에 대한 일에 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느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 보고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단계만 거치면 정보의 왜곡이 발생하는데 최고위 의사결정권자는 어떻겠냐”며 “기업이 외부환경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정보를 리더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CEO가 현장을 파악하지 않는 기업은 위험하다”며 “3M이 경영자에게 요구하는 항목도 많은 고객을 만나 대화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관리자 한 명이 회사를 무너뜨릴 수도

그는 “혁신은 리더십에서 나온다”면서 “혁신의 문화를 키우고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관리자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48년 맥 나이트 3M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관리자의 잘못된 몸짓 하나가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관리자 실수를 경고했다. 신 부회장은 “3M의 경우 인재를 발탁하는데 수많은 검증절차를 거친다”며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토론을 주재할 수 있느냐’와 ‘혁신을 장려할 수 있느냐’로 리더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인사평가에서도 성과를 X축, 리더십 소양을 Y축으로 놓고 평가한 뒤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리더십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2번의 기회를 더 준다며 이 같은 평가를 5년간 지속하면 누가 리더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5년이 한계

신 부회장은 한국 기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5년 이상을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원가절감,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도입에서부터 직원 조기퇴직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효율성을 달성하고 있지만 성장 없이는 바로 벽에 부딪힌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은 내부통제가 가능하지만 성장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 쉽지 않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3M의 경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의 핵심을 상용화에 둔다고 소개했다. 신 부회장은 “(3M의 히트작인)‘포스트잇(post-it)’하나로 연간 20억달러 매출에 3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기술이 탁월했다기보다는 상용화와 마케팅의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기술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상용화와 마케팅 능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마스크 하나로 1조원 매출…기회는 무궁무진

신 부회장은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기회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3M은 기술융합과 인구구조 변화가 만나는 지점을 비즈니스 기회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3M의 경우 인류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회를 포착한다며 마스크 하나로 10억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신 부회장은 “모든 문제에는 기술적인 해결이 있다는 게 3M의 철학”이라며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와 같은 환경문제나 65세 고령인구의 급증은 3M에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업의 존재이유는 가치창출”이라며 “3M은 매출의 6% 이상, 매년 2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우리의 기술로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배척하지 말라…15%룰의 혁신 비결

신 부회장은 3M이 114년 동안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로 ‘15%룰’을 들었다. 그는 “3M의 매출 중 35% 이상이 매년 신제품에서 나온다”며 “누적 특허건수가 11만건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새로운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3M의 직원들은 자기 시간의 15%를 창조적 활동에 사용하는 것을 보장받는다”며 “혁신을 시도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3M은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대학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실패를 용납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패를 격려하고 영웅시한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배척하거나 한계를 두고 못 크게 하지 않아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현미경과 망원경 모두 갖고 있어야

신 부회장은 “미국기업 중 100년 이상 살아남은 기업은 2.8%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 비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사건처럼 “단 며칠만에 회사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는 사건이 있다”며 “최근에는 외부 대응능력이 내부관리능력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고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린다”며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한) 조직이 되느냐, 혁신을 이뤄지 못하고 화석이 되느냐 2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기업은 멀리 보는 망원경과 가까운 곳을 정밀하게 볼 수 있는 현미경 2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눈 앞에 닥친 과제를 놓치면서 장기전망을 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고 바로 앞만 봐서는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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