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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카르타고 정복후 로마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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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로마는 카르타고를 정복함으로써 비로소 로마가 되었다. 로마인들이 에트루리아인들을 정복함으로써 처음 지역민으로서의 로마인이 되었듯이 그들은 카르타고를 점령함으로써 세계의 지배자 로마인이되었다.

카르타고를 점령할 때까지 그들은 오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웠다. 당시로 보면 로마는 한낱 시골에 불과했고 카르타고는 동서양의 문물이 교차하는 거대한 국제도시였다. 로마인들이 카르타고와 싸워 이겨낸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한니발을 물리쳤고 그들은 그리스의 남은 식민지들을 깡그리 먹어치웠다. 물론 간난이 없을 수 없었다. 부유한 로마인들이 세간살이도 없는 오두막집에 살던 당시 이미 카르타고의 부유한 사람들은 정원이 달린궁전같은(로마인들이 보기에) 집에서 살았다.

사정이 이런 지경이었으니 로마인들에게 풍족한 다음에나 오는 성의 방종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당초부터 로마가 공화정으로 진입하게 된 것은 우연한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고 말해지던 터였다.

전설에 의하면 로마를 지배하던 집안인 타르퀴니우스 집안의 사촌간인 두 사람이 어느날 사랑놀음으로 내기를 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아내가 얼마나 정숙한지에 대한 내기를 걸었다. 두 사람은 즉시 말을 달려 불시에 아내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한 사람의 아내는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자신의 애인들을 불러 즐기고 있었다.

이제 다른 남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이 부인은 남편의 옷을 만들기위해 등불을 켜고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먼저번의 남자는 질투에 불타 며칠후 그 정숙한 부인의 집으로 달려가 폭력으로 그녀를 범하고 말았다.

여인은 다음날 남편과 아버지를 불러 여인의 명예를 더럽힌 남자를고발하고 스스로는 단검으로 가슴을 찔러 자살하고 말았다. 물론 처절한 복수극이 뒤따랐다. 놀랍게도 이 사건은 당시까지의 완고한 왕정체제에 대한 봉기를 일으키도록 로마인들을 격려했고 이 봉기는 성공했다.

로마는 공화제로 진입했고 공화정은 여인들의 정절과 남편에 대한 복종을 의무화했다. 로마여인들의 방종은 이로써 그나마도 끝나고 말았다. 춘향이 덕분에 난데없이 정절을 감수해야 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로마인들이 카르타고로 진군해 들어가던 시절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로마였다. 그러나 카르타고를 얻고 세계를 얻고난 다음 로마인들은 숨은 본능을 숨김없이 발산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이 시기까지 성풍속에 관해 전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년에 몇차례 거듭되는 축제때 로마인들은 말 그대로 상상을 넘는 성의 발산을 만끽했다. 원시적 디오니소스적 축제라고나 할까. 불끈 솟아오른 남근을 무리가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하는 광경은 지금도 가관이라고 할 것이다. 사제들은 넋나간 벌거벗은 남녀를 향해 채찍질을 하며 성의 본능을 일깨우고 술을 마시며 신분을 가리지 않고 고상한 말로 한침대를 썼다. 풍요의 기원이며 성의 방종을 통해 생산력을 배가하는 전통이기도 했다.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