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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못 쓰고 날리는 연차 ‘年 1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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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정치부 기자) 기업 문화가 바뀌면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곤 하지만, 연차를 마음 놓고 쓰는 일은 한국의 대다수 직장인에게 먼 나라 얘기로 다가온다. 만약 국내 직장인들이 연차를 모두 소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총 20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잘 쉬어야 잘 산다’는 제목의 정책자료집을 통해 국내 직장인들의 ‘잃어버린 연차 휴가’가 연간 1억일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들은 연 평균 14.2일의 휴가가 보장되지만 8.6일만 사용하고 있다. 직장인 수 1923만명에 평균 미사용 휴가 5.6일을 곱하면 총 1억769만일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김 의원은 “선진국은 보장받은 휴가일수도 많지만 그 휴가를 대부분 100% 사용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며 “우리도 연차 휴가를 100% 사용할 수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늘어나고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연차 100% 소진 정책’의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총 20조7215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가소비 증가에 따라 11조7366억원, 신규고용 창출로 인해 3조3203억원, 대체고용에 따라 5조6646억원 등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분야별로 보면 국내 관광에서 4조5800억원의 소비 증가, 8조8700억원의 생산 유발, 1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났다. 해외 관광도 늘면서 소비 증가 8519억원, 생산 유발 1조1944억원, 고용 창출 2628명의 효과가 기대됐다. 또 사회·기타활동 분야에서는 소비 증가 3528억원, 생산 유발 6950억, 고용 창출 1만6124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김 의원 측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여가소비 증가에 따른 신규고용 창출과 휴가자 증가에 따른 대체고용 근로자 채용 등을 감안하면 매우 큰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쁜 것이 미덕인 한국 사회에서 꿈 같은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한국과 문화가 비슷한 일본 직장인들 역시 연차 휴가를 절반 정도밖에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2년 ‘휴가 개혁의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9단계에 걸쳐 연차 휴가 100% 소진 시 경제효과를 분석하고, 휴가를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끝) /tardi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