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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가족의 가치가 중시된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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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이제부터 로마를 향해 우리의 여행을 떠나도록 한다. 너무 기대하지 말기를 우선 부탁해두지 않을 수 없다. 로마는 우리가 칼리귤라등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듯이 혼돈과 성의 폭력성만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는 가족의 가치가 중시되어 엄격한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되는그런 사회였다. 물론 로물루스와 레무스 역시 드른 민족의 여자를 훔쳐서야 결혼했지만 이들 민족의 시조들은 모두 부인들에게 엄격한 정절을 강조하고 요구했다.

여성들에게는 옵피우스법이라는 사치금지법이 적용돼 역사의 한참 동안을 그저 수수한 부인이자 어머니로서의 모습만을 보이도록 강조했다. 따라서 몸을 파는 여인이나 첩이나 애인들이 모두 시원찮은 대접을 받았고 그들의 지위는 정말 형편없었다. 물론 지위가 높은 명사들은 더러 시한부 애인을 두고 있기는 했지만 그리스에서의 헤타이라에 비하면 이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들은 마치 시간제로 고용된 일용노동자처럼 언제나 애인에게 버림받을수 있었고 간통을 한다는 사회적인 멸시를 받았다. 그리스에서 매춘부들의 가장 높은 지위를 누렸던 헤타이라들이 우리의 60년대식으로 표현하면 마치 해방처녀들이었다. 그러나 바로이것이 로마가 세계(물론 지중해 주변의 세계)를 지배하고 정복한 도덕의 원천이었다. 그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중에 있을 때 그들은 여전히 도덕적이었고 강력했다. 이 점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미국이 IMF다 뭐다 해서 비난받긴 했지만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도 미국처럼 건전하고 도덕적인 나라는 아직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아이들을 입양하되 굳이 장애아들을 골라 입양한다. 미국의 중소도시들에 가면 지금도 오랄섹스를 금지하고 있고 설사 부부간이라 하더라도 길거리를 다닐 때는 손을 잡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었다면 로마의 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법의 정신, 품위의 정신, 고결의 정신 등으로 무장한, 그래서 가장의 책임을 다하고 부인의 책임을 다하는 그런 사회였다.

그러나 초기에는 적어도 성풍속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들이 타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들 스스로가 내부에서 붕괴해갔던 시점과 일치해있다. 철인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시대에 와서는 이미 노쇠의 기운이 역력했고 성의 전선 역시 무너져 내렸다. 이런 시대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폼베이를 통해 알고있는 로마는 이미 로물루스의 로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대중 목욕탕으로 타락한 시대며 정복이 끝난 시대며 평화가 찾아왔던 시대였다. 평화란 어떤 것인가. 로망롤랑은 평화란 단순히 싸움 없음의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부단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로마도 그랬다. 비록 그들이 더 이상의 정복을 멈추었을때 노쇠의 길로 들어서긴 했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도덕과 부단히 싸워 갔다. 그들이 도덕의 전선을 양보했을 때 파멸의 길이 준비되어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성풍속의 필연의 법칙이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