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시가평가금리가 0.04%포인트 낮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이마트의 재무적인 체력을 롯데쇼핑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는 100억원을 똑같이 빌려도 신용이 튼튼해 1년에 이자를 400만원 깎아준다는 뜻이니까요.
언뜻 보기엔 꽤 작은 차이 같지만 롯데가 느끼는 충격은 상당할 겁니다. 두 회사의 우열이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나버리니까요. 종속회사 수, 경영전략 등 변수가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주가·실적과는 다른 점이죠. 게다가 이 격차는 2015년 7월 역전 이후 계속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흥미로운 거래도 하나 나왔습니다. 잔존만기 2년10개월짜리 롯데쇼핑 채권(59-3회)이 이날 연 1.61% 금리에 400억원어치 거래된 것. 7개월만에 이뤄진 대량(50억원 이상) 거래였습니다. 만기가 6개월 더 긴 이마트 채권이 1주일 전 연 1.54%에 거래된 것과 차이가 꽤 납니다.
롯데하이마트 등 다른 계열사들도 평가금리보다 높은 거래가 종종 눈에 띕니다. 단지 롯데쇼핑의 재무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형제 간 분쟁과 비리 의혹, 경영진 자살 등 최근 이미지를 얼룩지게 한 대형 이슈들이 그룹 전반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마저 깎아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만한 대목입니다.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에게 0.01%포인트는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국내 상위 두 번째 신용등급인 ‘AA+’와 그 아래 등급인 ‘AA’ 회사채 3년물 평균금리 격차는 현재 0.06%포인트(AA+는 연 1.53%, AA는 1.59%)에 불과합니다. 현재 롯데쇼핑은 이마트와 똑같이 ‘AA+’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금리 차가 벌어지면 투자자들이 롯데쇼핑의 등급 강등을 예상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끝) /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