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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 스마트냉장고 앞에서 삼성전자 개발자들이 말을 잃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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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노경목 기자) “이건 대놓고 카피(copy)한 수준인데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16’ 때 열심히 사진 찍어가더니 이러려고 그랬나 봅니다.”

지난 7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개발자 2명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이얼이 처음 내놓은 스마트 냉장고 앞에서다. 하이얼이 국제전시회에 처음 내놓는 스마트 냉장고지만 제품은 전시장 구석에 숨기듯 들어가 있었다.

이들이 속이 상한 이유는 해당 제품이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시장에 내놓은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사실상 따라서 만들었기 때문. 한 개발자는 “냉장고에 부착된 LCD(액정표시장치)의 위치와 크기는 물론 메모와 쇼핑, 사진촬영 기능 등 주요 기능 구성도 동일하다”며 “기능 선택 메뉴의 아이콘 크기까지 그대로 따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 내부를 스마트폰 등으로 체크해 어떤 제품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냉장고문 안쪽의 카메라는 삼성전자가 특허를 낸 부분인데도 그대로 적용했다. 개발자들은 “해외시장에 출시되면 소송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30분간 하이얼 제품을 꼼꼼히 살펴본 뒤 씁쓸한 표정으로 다른 매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떠나고 나서야 이 제품의 안내를 맡은 독일 직원과 중국인 담당자가 등장했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와 똑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인 담당자는 “우리가 작년에 먼저 CES에서 발표했던 것”이라며 “중국 국내 시장에서는 2013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강변했다. “왜 제품을 먼저 내놓고 특허를 확보하지 않았나”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담당자는 냉장고의 가족 사진 찍기 기능을 시연하려 했으나 운영시스템(OS)이 갑자기 작동을 멈춰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이얼은 이번 IFA에 드럼 세탁기 2개를 위 아래로 그대로 얹은 ‘듀얼 드럼 세탁기’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세탁기 ‘트윈워시’와 모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진동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동시 세탁은 가능하지만 동시 탈수는 불가능하다. (끝) / autonom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