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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세는 게 능숙하지 않은 요즘 은행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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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금융부 기자) 은행원들은 모두 돈을 세는 데 능숙할까요?

5년차 은행원 김 모씨,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이 지폐를 세보라며 주는데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고 합니다. 입사 후 2년 동안만 직접 돈을 만지는 지점 근무를 했고 이후에는 본사에서 근무한 탓에 지폐 뭉치를 만져본지 오래됐기 때문에 ‘그런건 못한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갑니다.

TV에는 가끔 기계보다 지폐를 빨리 세는 은행원이 나오기도 하지만 요즘 대부분 은행원들은 그렇게까지 능숙하게 돈을 세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현금 사용이 크게 줄어들어 많은 지폐를 취급하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지폐를 세는 기계가 아주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속도도 빠를 뿐만 아니라 지폐의 종류까지 구별해 곧바로 총액을 계산해 보여줍니다.

지폐 계수기는 원화 뿐만 아니라 달러나 엔화 등 외화 위조지폐까지 감별해서 걸러냅니다. 또 어떤 기계는 돈을 다 세면 자동으로 묶어주기도 하며, 질병 예방을 위해 지폐를 소독해주는 기능까지 있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신입 행원 교육 때도 ‘돈은 세는 방법에는 이런게 있다’며 돈을 부채처럼 펼쳐서 세는 ‘횡산’, 겹쳐놓고 넘기며 세는 ‘종산’ 방법을 반나절 정도 소개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돈을 세는 것을 연습시키고 시험도 쳤다지만 요즘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은행원들은 일반인들 보다 지폐를 만질 일이 많기 때문에 지점에서 근무하다보면 자연스레 돈을 세는 게 익숙해지고 빨라진다고는 합니다.

앞으로도 은행원들이 현금을 셀 일은 더욱 줄어들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페이서비스가 소액 결제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엔 이른바 텔러(영업점 창구직원)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나왔습니다. 금액을 입력하고 현금을 투입하면 기계가 알아서 돈을 세고 거르름돈도 자동으로 나옵니다. 일본의 대형마트에서 자주 보이는 기계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현금을 다루는 은행에서 돈을 정확히 잘 세는 것은 기본이겠죠? 현금과 장부가 맞지 않으면 그날은 집에 못 가고 어디서 돈이 틀렸는지 찾아야 되기 때문에 늘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합니다. (끝) /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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