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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된 은행원들…'사람 장사' 어려워진 증권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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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졸지에 공직자 대우를 받게 됐는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은행원들을 만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들을 많이 합니다. 오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을 두고서 하는 말입니다.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 이하로 정한 김영란법 시행령이 논란 끝에 최종 확정됐습니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4만여개 기관도 발표됐고요.

공직자, 공공기관, 언론사, 각급 학교 등의 임직원들이죠. 사실 은행은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은행원들도 대상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원들이 김영란법 적용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공직자와 동일한 신분으로 말이죠.

은행들이 취급하고 있는 주택기금 때문입니다. 주택기금은 주택종합계획을 실시하기 위한 자금 확보·공급을 목적으로 1981년에 설치됐습니다.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을 통해 자금을 형성하고 국민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나 개인들을 지원합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사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기금 관리 주체는 국토교통부이지만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들은 수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 위탁 받은 법인이나 단체 혹은 개인도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를 대신 수행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명확하게 적용 대상이 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을 들었다”고 전하더라고요.

사실 은행원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존 마케팅과 영업 전략을 대거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고객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거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영업에 나서야 하는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적용 대상이라면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각 은행들은 내부 감사실이나 준법감시실을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은행원들 뿐만이 아닙니다.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들도 대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 받아 운용하고 있는 곳들이 많아서죠.

자산운용회사 한 관계자는 ”해석에 따라 법이 적용되는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앞으로 인맥 보다 금융상품과 금융 서비스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사람 장사’가 핵심인 금융투자업계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더라고요.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0(금)